어쩌면 삶에 비극을 바라보는 것이
그리 의미 없는 짓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시간이 지나며 기억은 흐려지고
내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도 잊힐 텐데
그 과정에서,
행복했던 일과 불행했던 일
그보다 더 슬픔으로 가득했던 시절을 지나
구태여 살아간다는 것이
단지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행위라고 생각했으니까
해변에 쌓아 놓았던 모래성처럼
한 번의 물결에도 쉽게 무너지는 세상이니 말이야
세상은 쉽게 허물어지다 못해 으스러지지
다신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
숱한 노력에도 결코 닿지 못한 무언가를
다시금 바라보면서,
나는 결국 존재의 가치를 갈구하지
온갖 비루한 건물들 사이로
한아름 눈이 쌓이고,
순백의 공간, 그 여백사이에서
소리조차도 숨죽이는 그 순간-
무너진 것들 위로도 눈은 내리고
눈이 내리면, 잠깐은 모든 게 같은 색이 돼.
그 순간만큼은 으스러지던 세계도
세상의 소음도 보이지 않아.
아주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져서-
그렇게
무너진 자리의 모양을 확인하지.
또다시 물결은 오고
모래성은 다시금 무너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