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도록

by ㄱㄷㅇ

일렁이는 마음이 어렴풋하게 느껴질 때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겨울 하늘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세상은 조금 포근해져 갔다. 거리에 사람들은 장갑을 낀 손으로 귀를 덮거나, 양손에 입김을 불어넣기도 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길은 아주 미끄러워서, 조금만 어긋나도 쉽게 넘어지고 말겠지.


창문을 열었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데 아주 차가워서, 이가 시린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금세 방 안엔 찬 공기가 가득할 테지만 나는 굳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침대 끝에 앉았다. 점차 하루를 지내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밤 희망 가득한 내일을 기대하며 눈을 감지만, 반복되는 절망이 계속해서 나를 잡아채어버리기 때문에.


오후 세시쯤이 되면 바깥은 채도를 아주 낮춘 세상이 되어서 보는 것마저 눈이 시리도록 차갑고, 냉소한 마음을 갖게 한다. 곳곳에 풍경은 아주 찰나동안 나의 마음을 데워주기도 하지만. 외출을 마음먹다가도 포기하기를 몇 번, 겨울의 낮은 너무나도 짧아서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이른 저녁이 되면 나는 다급해진다. 비슷하게 하루를 엉망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움직임을 재촉하고 나는 어떻게든 바깥으로 나선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오는 때 나는 홀로 그들과 반대로 나아간다. 영원히 같아질 수 없을 것 같은, 반대로 이어지는 평행선을 그리는 듯한 기분.


나는 찬 공기에 맞서 눈을 부릅뜨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끓는듯한 울음이 나오려 하는 걸 막아내고야 만다. 각자의 하루를 끝마치고 오는 사람들의 눈에는 들뜬 마음이 깃들어 있는데, 어서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그들의 얼굴에 가득한데, 나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봄에 누군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을 되새겨본다.

너는 꼭, 찬란하도록 아름다운 삶을 살 거야. 내가 그 길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볼 거고, 네 곁에서 네가 가는 길을 지탱해 줄 거야. 그러니 믿어. 네 삶을 의심하지 마. 너의 길은 언제나 찬란할 테니.


그의 말은 너무 다정하고 따뜻해서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그의 말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모르겠지. 그는 언제나 다정한 사람이어서, 누군가 힘들다고, 지친다고 할 때마다 곁에 서 있어 주겠다 했으니. 하지만 나에겐 그런 마음이 너무 과분하여서 기어코 그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끔씩 내게 안부를 물어오지만 그뿐,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거나 만나지 못한다.

찬란하도록 아름다운 삶은 내가 찾아가는 것이라 말하고 싶었겠지. 나의 지금이 이지경이 된지도 모른 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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