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은 쉽게 부서져버려

by ㄱㄷㅇ

봄이 오고 있습니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강이 녹고 있습니다

얼어있는 동안 강 위를 걸어보고 싶었어요

녹아버리면 그곳을 걷지 못할 테니까요

그곳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내일은 걸어야지. 하다가

어느새 봄이 오느라

얼음이 잘개 부서졌습니다

이제는 강 위를 걸을 수 없어요

내가 올라선다면

바스러져버릴 테니까


그래서 얼음을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일까요

높은 곳과 낮은 곳

바닷가 혹은 냇가

광활한 숲, 메마른 사막

높이 솟은 빌딩 사이.


내가 있는 곳은

초가집이 있었습니다

초가집 옆에는 바다가 있었어요

바다. 와 땅이 만나는 곳이었지만

짠맛이 났으니 분명 바다였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강이 되어 버렸지만


어느 겨울에 그곳에서 썰매를 타보았습니다

아버지가 가져온 썰매는

아주 조악해서 앞으로 가지 못했고

아버지는 본인의 몸을 달려가며

썰매를 밀었습니다


썰매의 날이 부서졌지만요


초가집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금세 폐허가 되어버렸고

콘크리트도 벽돌도 아닌 흙은

그런 시간을 견디지 못합니다


집이 사라지기 전

부서져가는 흙을 조금 담아

책장에 두었습니다.


조각난 얼음

바스러지는 흙


부서진 마음


바스러지는 흙을 담아 올 때

마음 한 구석도 함께 부서지는 듯했습니다

돌아갈 곳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조각난 얼음을 담아 올 때도

마음 한 구석이 같이 떨어져 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 강은
내가 놓친 어떤 순간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때를 자꾸 늦게 알아차리는 사람이어서요.

내일은, 내일은—
그 다짐은 편리해서
자주 꺼내 쥐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봄은 늘 그렇듯
내 다짐을 기다리지 않고 와버렸죠.


얼음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걸 압니다.

전기와 플라스틱과 서늘함으로

계절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흙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닿는 곳부터
천천히 바스라 집니다.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사라진 것을 확인할 테지요.


그래도 담아둡니다.
내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나중에라도 믿을 수 있도록.


그래서 나는

부서지는 것들을 모읍니다.

조각난 얼음, 바스러지는 흙,
그리고 부서진 마음.


붙잡는다는 건

영원히 멈춰 세우는 일보다는
부서진다는 걸 아는 채로도
한 번은 바라봐 주는 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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