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닷새가 되던 날
비가 내렸다
젖어버린 흙에선
겨울을 지나온 벌레들이
움켜온 손을 놓았다
어제의 살고 싶던 마음은
오늘은 죽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하루
살고자 하는 마음
이틀
죽고자 하는 순간
사흘
이곳을 도망치다
나흘
먹구름이 몰려오다
닷새
비가 내리다
비가 오니
사물에 쌓인 먼지가
씻겨 나가고 있다
세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
철은 산화하고
몸은 늙는다
마음은?
마음은 이미 노쇠하겠지
세월의 시간보다 빠른 속력으로 삶을 살아
그러니 마음은 사물보다 빨리 노쇠해 버려
그러나
노쇠한 마음으로
늙어버린 사물을 위해 춤을 추겠어
우린 같은 순간에 태어났으나
마음이 사물보다 더
어른이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