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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Mar 21. 2022

설마 했던, 직급의 변화

#설마했던 #네가나를떠났어

우리 회사의 과거 직급체계는 8단계였다. 어떻게 8단계냐며 어리둥절하시겠지만, 맨 밑 사원에서 맨 위 부장까지 누락없이 승진하면 대졸사원 기준으로 17년이 걸린다. 우리 조직은 그렇게 장장 30여 년을 조금씩 변화하며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변화의 파도가 앞으로 밀려왔다.


총 8단계의 직급을 어떻게 줄이느냐보다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은,

왜 직급을 줄여야 하며 바뀐 직급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싶은지의 조직의 바람, 지향점이다. 그 바람엔 경영진, 인사부서, 구성원의 생각과 의지가 담겨야 한다. 그런데 그 바람대로 차근히 접근하지 못했다.


일단 직급을 축소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HR) 스스로 이유를 깊게 고민하여 제시하지 못했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너도나도 직급을 줄이는 추세이니 우리도 여기에 가담해 변화를 주어야 한다면 생각만으로 끝내길 바란다! 그것으로 구성원을 설득할 수 없다. 당시 우리의 이유는 지금의 다단계직급이 관리적으로 비 효율적이라는 것, 다단계의 체류년한으로 그 사이에 좋은 인재가 유출된다는 것, 앞으론 연공이 아닌 직급의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것. 이 정도가 전부였다. 이것으로 구성원을 설득하기엔 우리의 논리가 다소 부족했다. 그 경험을 교훈 삼아, 직급체계를 변화해야 한다면 이 부분을 꼭, 짚고 넘어 가시라고 조언드린다.


변화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은 구성원의 저항도 클 뿐이며 다시 원 상태로 회귀했을 때 구성원이 갖는 조직의 신뢰가 낮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경영진의 바람이나 의지도 강하지 않다면, 우리(HR)는 어떤 조직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지, 우리가 바라는 조직의 To-Be에 대해 인사부서 및 외 구성원 간 많은 대화를 나누길 권한다.


첫째, 우리가 바라는 조직의 To-Be이다. To-Be를 통해, 현재의 직급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말 그 문제의 해결책이 직급의 축소인지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보통 문제는 우리가 생각한 것 외로 출제자가 낼 수도 있으니, 적어도 문제와 해결안을 구분하여 접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에 밑밥을 깐다.)  그리고 나서 서로가 원하는 조직의 象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고 더 다양한 의견을 모은다. 바라는 조직의 모습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2년이 걸리는 것도 있고 3년 이상이 걸리기도 하며, 꾸준히 5년 이상을 해야 이루어지는 것도 있다. 어쩌면 달성되지 못하는 목적에 가까운 것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가장 큰 방향과 우리의 연간, 중-단기 세부 목표가 만들어진다. 또한 같이 생각해낸 To-Be를 경영진과 협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HR만 좋다고 만들 수 없으며 추진하는 데 있어 경영진의 의지와 약속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 많은 시간을 쏟으라고 말하고 싶다. 직급이 바뀌고 소통하고 나면 그 이후는 또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모습에 다가갔는가?를 생각해 보고 'Next'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둘째, 우리가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할 때, 직급의 축소에 대해 구성원이 느낄 저항이나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예측해보거나 넌지시 물어 적어 본 후, 각 의견에 납득하기 위한 갑론을박해보자. 미리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작성하다 보면 찬성의 의견이 납득이 되기도 하고, 반대의 의견을 통해 납득시킬만한 논리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반대 : 구성원 중에 17년을 기다려서 승진한 사람은? 4단계로 줄여지면 상위직급자는 손해 아니냐?
찬성 : 그때의 조직 상황은 그 단계만큼의 의사 결정하는 사람이 필요했으나, 사업의 구조가 바뀌었다. 우리 조직도 스타트업처럼 빠른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 현 인력구조상 5년 이상자가 많아 기본적인 전문성이 갖춰져 있으니, 더 이상 직급을 세세하게 나누면서 의사결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팀원과 팀장 둘이면 된다. 오히려 직급이 더 필요 없는 시대이다.
반대 : 왜 하는지 모르겠으며, 지금의 상태가 더 좋다!
찬성 : 기존 8단계는 직급만 많을 뿐, 직급별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불분명하다. 승진만이 유일한 보상수단으로 계속 직급만 올려주는 연공 기준이다. 또한 다른 회사에 없는 애매모호한 직급, 연공으로 인해 현재 역피라미드 구조의 인력 적체가 심화되었다. 더 이상의 다단계의 직급과 연공보다는, R&R이 분명한 직급별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관리 효율화를 위해 직급의 체계 단순화가 필요하다.


장황하게 적었으나 추후 임직원 설명회를 위해서라도 구성원 간 갑론을박은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구성원 간 싸우라는 것은 아니다. 이해, 공감을 1차 목표로 삼고 차근히 납득-설득해 가야 하니, 우리의 논리를 견고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의 의지도, 열정도 더 강해질 수 있다.


셋째, 우리 조직의 변화를 위해 당근 즉 보상도 함께 준비했으나 그 부분은 밝힐 수 없어 신문기사를 첨부한다. (내용은 괜찮은데, 제목은 와닿지 않는다) 함께 참고하여 회사에서 가능한 방법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

https://www-chosun-com.cdn.ampproject.org/c/s/www.chosun.com/economy/mint/2022/03/17/7GOWLJMZINCXNBVEPMPKWWDYE4/?outputType=amp 

                                                            출처 : 조선일보


이 외에도 막상 직급을 축소하는데 있어, 이름부터 각 직급별 역할과 책임까지 숱한 고민이 이어지지만 결국 8단계에서 4단계로 줄였으며 4단계의 직급별 역할과 책임을 규정했다. 오히려 기존 직급이 많아 축소를 하는데 구성원의 동의가 수월했을 수도 있겠다. 모든 방법과 고민은 조직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르니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시면 좋겠다. 그 환경에는 사업 등 조직의 외부 변화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나는 '시도'란 말을 좋아하는데 우리는 너무 빠르게 답을 내려고 하니 성급히 생각하지 마시고 '시험 삼아 그려보듯이' 일을 해 보는 것을 권한다. 그러다 안되면, 다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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