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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un 27. 2022

[내돈내책] 피터의 원리1.

#1부 : 모든 직위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다

아주 오래전, 어느 모임에서 리더십 얘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피터의원리는 정말 믿기 싫은 이론인데, 인정하게 된다." 리더십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우리 회사 리더들의 모습을 보며, 그분들이 피터의원리에 나오는 무능의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1판으로 인쇄된 책을 한 번 읽고 읽기 싫어(인정이 안되어 화가 났었다) 덮었다가 다시 2판을 구매해 읽었다. 책의 내용이 전부 맞다고 할 순 없으나 역시나 관통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우리는 왜 무능의 단계에 도달할까" 그리고 서서히 인정하려 한다. 나도 무능해진다는 것을. 어쩌면 이미  무능해 졌을수도.


 

1부 : 모든 직위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다

(피터의원리는 모든 위계조직을 이해하는 열쇠로, 조직에 속해 있다면 이 원리를 지배 받게 된다.)  


학교, 정부, 조직 내 무능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처음엔 누구나 대부분 유능하다. 위계조직에 속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두 번의 승진을 하며 자기 능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승진 이후이다. 책의 저자는 무능력을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모르며 책임을 다하기 위한 수행 능력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위계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은 가장 무능의 단계까지 승진한다. 결국 모든 직위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애초에 승진 후, 어떤 책임과 역할을 가지게 되었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조직이 참 드물다.


그럼, 몸담고 있는 현재 조직에서 승진이 다년간 누락된 사람들 또는 주니어급인데도 일에서 유능함을 보이지 못하고 퇴사한 사람들은 무능의 단계에 이른걸까? 그럼, 무능과 유능의 기준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무능과 유능의 기준은 없다. 없는 게 아니라 구분이 의미가 없다. 상대적인 기준은 있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또한 조직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리더가 판단하여 결정한다. 그래서 구분이나 기준이 있다고 해도 결국 리더의 결정대로 되기 때문이다. 리더의 '결정'대로의 예를 들면 승진 시, 기준을 세워 '승진심사'라는 절차를 세우지만 때론 인맥, 혹은 리더의 맘에 들거나, 얘가 쟤보단 나아서 승진하는 사례들이다.

그럼, '조직 내 보이는 무능의 모습이 비단 구성원만의 문제일까?'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조직이 무능을 만들어 낸 원인이 아닐까?' '그래서 피터의원리를 인정하고 무능을 벗어나기 위한 조직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기지만 이미 무능한 사람들로 꽉찬 의사결정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바꿔나가야 할까? 산 넘어 산이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무능을 벗어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은 얼마나 해야 하며, 한다고 될지도 의문이다.


무능해진 사람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원인은 무엇일까?

피터의원리는 그 이유를 조직 내 사람을 배치하는 방식의 문제이며 어떻게 승진하고 승진한 사람들이 그 후에 어떻게 일 하는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를 통해 예외란 없으며 파격적인 승진 또한 경영진의 3가지 목적을 달성한다고 말한다. 첫째, (리더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 기존 승진제도가 잘못되었단 것을 감추며 적합하지 않는 사람의 승진을 합리화한다. 둘째, 적합하지 않은 사람의 승진을 보며 구성원들은 본인도 승진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로또에 당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셋째, 그런 직원들의 생각이 모여 무능한 위계조직이 그나마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한 파격적 승진을 감행할 때도 있는데, 자신이 맡은 일을 하기만 하면 이 파격적 승진을 활용해 게으름뱅이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 유능한 직원들의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이 책이 쓰인 시점이 1950년대 전후며, 그 당시의 모든 회사는 직무순환이 가능했다. 직무순환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만큼 사업의 변화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와 지금의 산업/시장 변화, 기업의 개수를 세어보면 확실히 다르다. 그때는 최소한 조직 내에서, 혹은 사업에서 이상한(돌+I;;)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유지되었다. 또한 사업의 변화가 더디니 회사 안 직무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늘 같은 일들을 반복하며 새로운 것 없이 운영된다. [우리나라 산업 중 예를 들자면, 제과업이 그렇다. 예로 N사의 새*깡이 71년에  출시됐다. 그러나 그동안 신제품이 4개-71년, 00년, 04년, 21년- 나왔다. 이렇게 변화가 거의 없는 사업에서 그 안의 구성원의 업무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무능의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기존)체계나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무능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그렇다면 조직의 무능의 단계까지 올라간 사람이 너무 많은데, 이것은 어떤 이유일까?

조직이나 정부의 곳곳에 보이는 무능력을 보며 기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수단이 목적보다 중요한 ‘직업적 기계화’가 되었다. 그런 사람을 승진시킨 의사결정자의 업무 평가 기준이 문제다. 정확히 업무 평가 시스템이 문제이겠다. 유능한 상관은 업무의 성과인 Output을 평가하지만 무능한 상관은 Input으로 평가한다. “성실하다, 야근을 많이 한다(야근을 많이 하면 성과가난다는 검증도 없으면서), 동료들에게 신망이 두텁다(어느 정도가 되어야 두터운 것일까)” 등 업무 보다 개인적인 성향을 더 중요하게 평가 받음으로서 승진한 것이다. 그러면서 더 무능에 빠지는데, 예로 과거의 기준에 의해 선택(승진)이 되면 조직은 점점 나를 무능에 빠지게 하고, 조직이 계속 나에게 짓누른다. “하던대로 해~” 그래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그것 밖에 모르는 무능이 만들어진다. 또한 모르는데 모른다고 얘기 할 수 없으니 괜히 쎈 척한다. 그렇게 우리는 직업적 기계화가 되어간다. 그래서 다른 사람(회사)도 하니까 구색맞추기 위해 평가나 승진을 하는 것은, 결국 또다른 무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뛰어나게 유능한 사람 또한 조직에서 축출된다고 한다. 정확히 제발로 나간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어야 그 영향을 받아 남아 일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충실한 부하는 리더가 되지 못하며, 승진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무능의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그럼, 무능을 피하고 유능이 되는 것은 없는 걸까? 그 무능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도서에서는 노력은 힘이 없으며 어떻게든 연줄을 잡기 위해 후원자를 찾고 가급적 많은 후원자(스폰서)를 확보하라고 한다. 조직에서 내가 유능해지는 방법은 과연 이것 뿐일까?


도서를 읽으며 어떤 예외라도 있길 바랐으나 그것은 비단 본인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유능이 아닌 덜 무능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인정하려고 한다. 나도 무능해질 수 있고, 어쩌면 무능하다는 것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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