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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Nov 30. 2022

안전 감수성

#우리조직은안전한곳일까

*안전인지 감수성 : 위험한 상황이나 요인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


조직에서 팀 내 동료의 전배로 총무 업무를 맡았었다. 인계받은 업무 중 안전업무가 대충~ 쉬워 보였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넘어야 하는 산 투성이었다. 결론은, 사고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 구성원이 모두 알지만 아는 것을 알리고 알리는 것이 너무 오래 걸리고 힘이 든다는 것이다. 


**맡은 업무 :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업무 전반

업무를 시작했던 2017년, 회사사업상 오토바이 배달업무가 있어 대부분 오토바이 사고 비중이 높았다.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경미한 주방 내 안전사고는 상당히 드물었다. '17년부터 '20년 초 3년간, 산업재해는 대부분 오토바이 사고에서 주방 안의 사고로 바뀌어 갔다. 조직 내 많이 나오는 사고는 베임, 화상, 부딪힘, 염좌, 출/퇴근 중 넘어짐 사고이다. 

사고 유형이 바뀐 이유 첫째는, 회사의 전략이 라이더를 직접 고용에서 대행으로 바꾼 것(그래서 오토바이 사고는 줄어듦). 둘째는, 재해에 더 민감하고 노출이 많은 비숙련 아르바이트 또는 신규 직원들이 본인들의 사고에 대해 회사에 알렸기 때문이었다(재해를 알리고 조치하게 만드는 시스템도 순탄하지 않았...ㅠ). 결국, 드러난 사고가 많아져 안전사고늘어났던 것 , 건수는 과거나 현재나 비슷했다.


그런데 사고를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는 모두 달랐다. 숙련된 직원들은 오히려 '일하다 보면 베이기도 하고, 그렇지..'라며, 근무 중 베이거나 화상을 입는 사고들이 무언가의 숙련을 위해 거쳐야 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칼질을 잘 하려면 칼에 베어봐야 실력이 는다'는 말은 일부 인정하지만 굳이 '칼질 대회'를 나갈게 아니라면 급하게 빨리할 이유는 없지 않나. 이렇게 회사를 위해 빨리 일하다, 다친 직원들에게 산재접수의 행정지원 등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는 것 외에 해줄 수 있는  없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것, 재해접수로 급여 등의 피해를 최소화해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직원들의 생각이나 태도가 전부일 수밖에 없는데, 다쳐보지 않으면 또 위험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 '사고가 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당장 불편하고 귀찮다'는 이유이다.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산업현장의 사고들을 보며,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노력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우리 조직의 사고 유형상 사고의 원인은 인적요인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안전은, 예방이 전부이고 예방하기 위해 사람,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 예방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되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바짝 차리는 것은 호랑이에게 갈 때, 만...). 조직 내 크든 작든 사고는 결국 구성원의 충성도,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고 후 복귀하지 않고 퇴사하는 직원이 그 방증이다. 또한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해보면, 경미한 사고의 징후들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작은 사고도 작게 보면 안된다. 가끔 매장에 안전점검을 가면 오래 일한 점장도 매장에 소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매일 보면서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소화기가 없거나 교체시기가 와도, 먼저 회사에 요구하는 사람이 없었다.


체칼 사고예방으로 목장갑만 끼는 직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만든 교육자료 중


과연 조직만 이럴까? 다른 사례지만, 신도림에서 강남 방면의 2호선 지하철을 아침에 출근하는 분들이 있다면 공감할 텐데 승객들이 서로 딱 붙어서 간다. 가끔 지하철이 급정거라도 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때마다 안 넘어지려고 다리에 힘을 주거나 급정거 반대방향으로 버티며 애를 썼었다. 그런데 내가 느꼈던 위험은 급정거하는 열차가 아니라, 손잡이도 없이 사람들 몸에 기대어 쏠리는 방향으로 아무렇지 않게 기울어지는 사람들이었다. 옆 한 사람의 무게도 감당이 안되는데 수십 명이 열차가 가는 방향으로 손잡이 의지 없이 기울어 올 때면 정말 무서웠었다. 되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보고 모르는 사람임에도 기대는 것을 보며 스스로 살길을 찾았었다.



안전은 생각 외에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잦은 교육을 통해 후천적으로 습관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뭐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가 아니라, '위험해지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지'로 바꿔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안전은 지킨 만큼 예방할 수 있고, 예방한 만큼 막을 수도 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 감수성을 높이고, 매일 걷고 다니는 지하철, 길거리, 주차장, 식당, 사무실에 소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대피경로, 계단, 출구, 턱을 살피고 걷는 것(관찰)이 그나마 나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이지 않을까.

안전업무를 맡으며 내 맘같지 않던 직원들을 보며 매번 혼자 고민했던 문제인데, 이제는 담당자만이 아니라 조직 내 모든 직원이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 조직은 안전한 곳인가? 혹은, 나는 안전에 대해 조직에 요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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