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삶이든, 일이든
어떤 일을 결정하고, 결정한 것이 실행하기까지 누구나 본인의 의지와 행동대로 할거라 다짐한다. 하지만 막상, 그 결정이 현실이 되고 나면 본인의 의지와 행동이 기대만큼 혹은 생각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결정이 실패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운다. 당연하지만 계획을 세울 때도, 실행할 때도 늘 '왜 이걸 해야할까?', '왜 하려고 했지?'의 그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 의지대로 행동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결정 과정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 과정을 해내기 위해 많은 의지를 계획(시간만이 아닌)에 담는다. 작심삼일은, 마음만 먹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삼일만 가는 것이다.
몸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요가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1개월 넘게 준비한 끝에, 처음으로 요가를 배웠다. 조금 지치긴 했지만 나의 생각이 ‘시시하다, 내가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로 고민하고 있다. 왜 요가를 선택했지?로 생각이 거슬러 간다. 경험 전에는 프로그램을 찾고 비교해보며 주 3일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할까를 고민하더니 막상 경험 후, 되게 시시하고 생각보다 별로라 계획을 수정할까란 고민으로 가득차는 것이다. 한번의 경험이 전부를 대변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에라이.
둘째날 요가를 하는 내내 내 머릿속엔 '역시, 한번의 경험은 모든걸 다 알려주지 못한다'였다. 그래서 자꾸 여러번 경험하면서 전체를 보려고 해야지 빨리, 한번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얕은 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오늘 다시 느낀다. 어쩌면 애초에 계획을 세울 때부터 세웠던 계획의 실제 경험이 나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럴땐 어떻게 할지(1주일을 더 해본다거나, 상담을 다시 받아본다거나 등의) 다음의 방법을 세워 두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내가 애초에 세운 목표나 목적 외에 다른 것을 더 기대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 참여한 나와 나의 목표, 목적, 기대, 의지치를 두고 나에게 대화를 해야 한다. "너 이 계획 세울 때 이 목표가 정말 맞았니? 너무 빡센데, 정말 이렇게 할 수 있겠어?"
단 한번의 경험으로 1개월 넘게 공들인 계획을 무산 시킬 정도의 판단은 쉽게 내리면 안된다. 만약 내가 어제의 요가 프로그램의 실망으로 하지 않고 포기해 버렸다면 오늘의 성취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요가에 대해 상당히 쉬운 운동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해보니 뭐 별거 없던데?' 그럼, 다른 목표를 위한 계획을 세울 때도 같은 프레임이 적용될 확률이 높다. '내 결정이니 내 마음대로 하는거지'라고 말이다.
그것은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 또는 조직에 의해) 루틴하게 해 오던 일을 갑자기 이유도 없이 없애거나 없던 것을 갑자기 새로 만들거나,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은 개인(담당자)일지 몰라도 관련되어 연관된 사람은 여럿이다. 혹은 조직 전체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하는 사람의 입장에만 맞추어 일을 바라보고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모든 일은 그냥 할 이유가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조직에 이런 상황이 잦다면, 누구나 일에 대해 쉽게 생각하거나 뭉개거나 굳이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은 없어지지 않을까? 어차피 없어질 일인데 누가 열심히 하려고 할까?
그래서 조직에서도 사업계획을 세운다. 적어도 올한해 작년보다 더 나은 성과나 우리가 목표한 것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다만 계획에 따라 일을 없애거나 새로 만들 때, 그 다음의 상황까지 예측 해보고 그 일을 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 발생되는 문제나 이슈 정도는 함께 조직 내 연관된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유해야 한다. 갑자기 계획에 없던 일이 왜 생겼는지, 왜 계획에 없이 일이 없어졌는지 알아야 그 다음을 준비할 것이 아닌가. 그래야 모든 일에 제대로 하려는 의지력이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짧은 생각으로 ‘왜, 갑자기? 그럴줄 알았어! 안하면 그만이지’란 반감이나 저항, 적대감, 문제회피 외에 긍정적인 마음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또 하나의 조직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다.
삶에서든, 일에서든 관성처럼 굳어졌을 무의식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려 할 때, 차분하게 곰곰히 의식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을 요가로 느낀다. 삶이든, 일에서든 나 또는 조직이 그것을 선택하고 결정한 이유와 선택했을 때의 장/단점을 충분히 예측해보며 무의식적으로 자동 반응하는 나(또는 우리)를 잡아두자. 계획을 재미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를 다시 설득할 수 있는 힘도 그 일이 되어야 함을 설득하는 것도 모두 숙고의 과정을 통해 나오지 않을까? 어떤 동기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없다. 계획을 세우며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지도록 의지를 북돋고, 필요없는 목표에 연연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