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긴급 입원을 권유받다.
씨발년…
현관문을 밀고 나왔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울지는 않았다.
나도 어느새…
인생에서 억울한 일에 익숙해진 건지
언어폭력에 익숙해진 건지
욕에 무뎌진 건지..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다 유튜브 동영상까지 훑어본
정신과 선생님 병원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봐두었다.
언젠가 아들 병원을 저리로 옮겨볼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 내가 먼저 가봐야지.
아들을 멀쩡하게만 바꿔줄 수 있다면
내 심장이라도 내어줄 판이었다.
실제로 아이가 어릴때부터 만나봤던 상담선생님들이나
정신과 선생님들은 우리 상상 속 인물처럼 혹은 TV에 나오는 오은영 선생님처럼 마냥 인간적이고 완벽하진 않았다.
그로 인해 아이가 겪게 되는 혼란때문에 항상 병원을 바꾸는 건 나에게 겁이 나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 내가 먼저 진료 받아 보자.
집주변에 좋은 병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스스로 위로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정신과 초진은 상담이 길어지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다.
역시나 간호사 분의 눈길이 쎄하다.
초진인데 예약도 안하고 오다니… 그냥 예약하고 가려고 마음 먹었더니 다행히 진료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내 마음은 그냥 그랬다. 진료를 못받으면 다음에 받지 뭐..그냥 살만한데 뭐.
아이의 상담치료나 병원치료가 미뤄지거나 못받게 될까봐 데스크에서 발을 동동 구를 때와는 참 다른 모습이다.
- 어떤 힘든 부분이 있어서 오셨나요?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요. 무슨 생각을 해도 죽어버리면 다 끝난다는 마음밖에 안들어서요..
- 그런 생각이 들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아들이 사춘기가 너무 심해서요.. 학교도 자퇴하고 번아웃이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요. 뭐라고 하면 욕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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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은 나에게 긴급 입원을 권유하셨다.
너무 지치신 것 같아요.
네, 맞아요. 너무 지쳤어요..
하지만 입원할 수는 없어요.
아직 제가 책임져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아직 죽을 수가 없어요.
2008년 12월 초예민한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난 그날부터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살얼음판 같은 시간들을 힘들게 보낸 후에
나는 지금 고등학교 자퇴라는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거기다 부모에게 욕하며 하루종일 폰만 보는 행실을 하는
아이를 바라만 봐야 한다.
나는 그동안 내가 애써온 결과가 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일부턴 약을 먹는다.
그러면 이 우울감이 사라질까.
아이는 똑같고 지옥같은 상황도 똑같은데
나는 행복해질까.
약을 먹어보고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