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수시원서 결과가 벌써 나왔는지
며칠전 남편에게는 자식 합격 소식 전화가 걸려 왔다..
아무일 없는 듯 일상 안부를 전하는 끝에 지나가듯 말을 꺼낸다. 참,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갔다고.. 그냥 지나가는 소리처럼 말하지만 그 안엔 자랑, 뿌듯함, 설레임, 기대, 희망 등등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다 들어있다.
눈치없는 남편은 “잘됐네.” 한마디로 퉁친다.
축하한다, 대단하네, 고생 많았네 등등 수많은 말들을
기대하고 기다릴텐데
남편도 그 정도의 여유는 없어 보인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이래저래 들은 소식들에 심란해져
괜히 아이를 자극해 본다.
계획은 어떻게 되니, 벌써 10월이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니..
돌아오는 건 욕이다.
오늘은 나도 참지 않았다.
개도 고양이도 자기들 밥주는 사람은 알아보는데
넌 먹여주고 키워주고 이러고 있는 걸 봐주는 부모한테
욕짓꺼리냐.
닫힌 문을 바라보며 허공에 대고 꺼이꺼이 울었다.
통곡에 통곡을 했다.
내가 개새끼를 낳았네…
내가 개새끼를 낳았어…
얼굴과 목에 모세혈관이 다 터져버렸다.
얼굴이 울긋불긋 술마신 사람처럼 타오른다.
아무리 울어도 속은 시원해지지 않았다.
.
.
.
-추석도 지났으니 한번 모일까요?
-엄마가 내일 한번 갈께.
-친구야, 잘지내지?
추석전부터 쌓인 연락들은
추석이 지나고도 또 쌓인다.
제가 몸이 안좋아서 나중에 갈께요.
엄마, 내일은 내가 바빠서요..
친구야, 내가 요즘 몸이 좀 안좋아서 나중에 연락할께.
고립을 자처한다.
아니, 나는 잘 못 지내.
나는 매일매일 지옥에서 살고 있어.
자식이 부모에게 욕을 하고
방문을 걸어닫고 하루종일 핸드폰만 하고 있어.
밥달라는 말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뭐라고 하면 쌍욕을 해..
나는 죽지 못해 살고 있어.
누구에게도 이렇게 말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너무 비참해져서..
내 입으로 말하는 순간
이 모든 일이 객관화가 되어서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그냥 영화처럼 현실감 없이
견디는게 나에겐 최선이다.
지금처럼..
난 오늘도 고립을 자처한다.
이 모든 게 꿈이기를..
아이가 멀쩡해졌을때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받지 않고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나는 바라고 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