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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성장중이다.

먹먹한 가슴을 움켜쥐고 보호해주기

먹먹한 가슴을 보호해 주기



강철같이 단단하며 때로는 잘 녹은 치즈처럼 유연하며  크림처럼 부드러운 사람은  쉽게 되어지지 않는다.  천연적인 성향과 후천적인 사회적 요인들과

시간이 사람을 빚어간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참 가혹했다라는 것을 이따금씩 느끼고 있다.  몸은 이미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지만, 내 속의 나는 아직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열 살 남짓한 어린이일 뿐인데 불혹이 넘은 어른의 지혜를 따라가려 애썼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얹힌다.  일하면서 식사를 할 때가 많아서

식사란  그저  , 입은  저작활동에 집중을 하고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있곤 한다. 그러다 어떤 일이라도 터지면 

100% 체하기 마련이다.  내 속 사람도 몸뚱이와 닮았을까. 자꾸만 체한다.

마음이 상했으면서도 작은 스크래치는 무시한 채로

꾸역꾸역  상처들을 더해간다.


내 나이를 모른 채로 어린이가  이미 중년을 넘어간

너그러운 어른인양  행세를 한다.

육신의 근육은 있다 못해  지방과 하나 되어 두터운 몸을 자랑하지만  마음의 다리 근육은 휘청 휘청

아직은 잔근육들이 더 필요한 때라는 걸  왜 알아주지 못했을까.


아침에 얹힌 마음의 상처를 무시한 채 또다시

꿀떡꿀떡  남의 몫까지 내가 먹어치운다.

만성  소화불량인 채로  그렇게 어른인 척  무겁게 살아간다.




만성 소화불량이 된 어른 아이로 살고 있었다..


이미 많은 시간을 나를 보호해줄 기회들을 놓친 채

살아왔기에 많은 삶의 요소들 가운데서  나는 탈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 사람들을 만나기가 꺼려진다

- 재미있는 것들이 없어지고 관심사가 줄어든다

- 무기력하다

- 식욕도 없어진다


나를 좀  안아줄걸 그랬다.  내 안에서 작은 아이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그만해! 난 이제 겨우 13살이야

네가 계속 이런 식이면 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내 안의 한참 깊은 곳 생명이 태어나는

은밀한 자궁과 같은 곳에 피투성이가 되어 울고 있는

열세 살 어린 나를 만져보았다.


보들보들하고 여린 자궁이 온통 거친 돌과 사슬들로

가득해서 아늑하게 아이를 품어줘야 할 안식처는

오히려 그 아이의 목 끝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차가운 사슬에 긁히고 덮여 파랗게 사색이 된

아이의 피부는 곳곳에 곪아 터진  시커먼 상처가 있었다.  그게 나였다.  직시하고 싶지 않은  “나” 자체

강하지 않고 너그럽지 않고 지혜롭지 못한

그저  어설프고 여리고 이기적인 , 아직은 많은 세상을 배워야 하는 13살 어린이일 뿐이었다.


어린 그녀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히고 새빨간

립스틱을 치덕치덕  바르게 하고  맞지 않는 구두를

신기어, 들어보지도 못한 세상 학문을 꾸역꾸역

머릿속에 집어넣어  외운 그대로  익힌 그대로

사람들 눈에 적당히 거슬리지 않을 만큼 세련된

어른으로 보이게 무던히 나를 괴롭혔다.



이따금씩 불쑥불쑥 본연의 어린아이의 모습이

참지 못하고 튀어나올 때면 아무도 모르게  날카로운

하이힐로 짓이겨 깊은 곳까지 걷어차서 감금시켜

버렸다.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나는  나에게 가장  가혹하고 잔인했다.

사랑 없고 이기적이고 미련하다고 생각한 모습이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치덕치덕 회를 칠하고 말리고 또 칠하고 말리고를  반복했다.


결국  텅 빈 겉만 멀쩡한 회칠한 무덤은  아무 힘없이

부서져버렸다.   


사람은 직면하는 일을 정말 두려워한다.

내가 그렇다.  억지로 치장해둔 두터운 거짓이 깨지고 유연한 자궁 안에 무자비하게 채워둔 차가운 쇠사슬들을  꺼내 던지는 중이다.  아이가 깊은숨을 쉬기 시작했다.  집안의 작은 상처들은  자가 치유력이 있어서 불필요한 돌덩이와 사슬을 버리고 나면 시간이 지나게 되면 다시금 따듯한 막이 생기고 탄력 있어진다.  아이의 상처는 안락한 그 공간이 치유해 줄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거울 속의 나는 35세의 여성이다.

상황 속의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평범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는 여성인 것 같다

관계 안에서의 나는 사실 그럴듯한 해답도 잘 모르는

어중간한 나이의 한 여성이다.


전문적인 어떤 커리어를 갖고 있는 여성이고 싶었다.

관계 안에서는 삶의 지혜를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사람으로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것들은 전부 내가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왜곡된

거울이었다.



옷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보고 거울을 보면 왠지

피부도 좋아진 것 같고 살도 좀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리고 그날 저녁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서면  울퉁불퉁 정돈되지 않은  무식한

살들이 나에게 또 현실감을 준다.

운동 후 집에 돌아와 씻고 거울을 보면  그나마도

뽀송해 보였던 피부에 어느덧  검붉은 것들이

올라온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거울도 나를 제대로 비춰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나 자체를  비춰줬다기보다는 조금은 과장된 혹은 감추어진  , 되고 싶거나 인정하기 싫은 내 마음을 담아 리터칭 된 조금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장 나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거울은

바로 내 안에서 빛과 하나 된 나의 모습이다.

모든 감정에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말하고 그에 맞는

적당하며 정직한 생각에 먼저 반응하여 해결하고

절제하는 판단하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결정하며

나는 성장하고 있음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억지로 나를 기워넣는것이 아니라

성장함의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천천히 한 걸음씩 떼는 것이다.


분노를 참지도 말고 그렇다고 상대에게 뿜지도 말고

먼저 나와 대면한다.  

- 화가 난다

-스스로 표현한다

- 스스로 질문한다

- 의지한다

-  정리된 마음을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시간이 조금씩 걸리더라도 감정을 해결하는

루틴을 연습해본다. 그러다 보면 내속의 아이는

점점  양분을 먹고 자라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너무 앞서려고도 하지 말고 , 또 너무 스스로에게

관대하여  거침없이 나가야 할 때에 안주함으로

성장이 멈춘 사생아처럼 살아서도 안된다.

때에 따라 천천히 한 발자국씩 걷고 또 그 단계의 마지막 스텝에서는 전력 질주하여 넘을 때도 있어야 한다


아직은 여린 연둣빛 새싹처럼 힘없고 철없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성장의 단계를 인정하여  걷다가 뛰다가의 훈련을 놓치지 않고 성실히 가다 보면 어느새


강철같이 단단하며 때로는 잘 녹은 치즈처럼 유연하며  크림처럼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 있겠지만  그땐 더 이상 그마저도 중요하지 않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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