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 어려운 전주시, 팩트체크
제가 20대 후반 때 약 3년 정도 스노보드를 정말 미친 듯이 타고 살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보드용품은 애뮬단지로 전락하여 본가 창고에 방치되어 있지만 그 당시 열정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오늘 예상 못했던 양의 첫눈을 보니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출장차 전주에 다녀왔는데 안타깝게도 돌솥비빔밥도 한 그릇 못하고 올라오는 차에서 김밥을 먹었습니다. 전국을 다니는 제 일의 가장 큰 장점이 식도락인데 그 어느 때보다 안타깝습니다. 다음번에 전주 가면 꼭 돌솥비빔밥을 먹고 와야겠습니다.
올해 초 메이저 시공사 임원분들과 함께 저녁식사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지방 아파트 인허가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전주'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부산, 대구는 인허가 못 받으면 xx이고 전주는 인허가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라는 말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다가 이번에 전주에 가면서 그 이야기의 팩트체크가 좀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세세하게 다 따질 수는 없고 매년 가구수 대비 아파트 인허가 실적 비중을 지역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전주지역만 따로 데이터를 구할 수는 없어서 전북으로 확인했습니다. 첨부된 표에서 노란색 칠해진 것이 매년 가구수 대비 아파트 비중이 전국 평균에 비해서 더 높은 시기를 표시한 부분입니다. 표를 보시면 확실히 서울은 아파트 인허가 쉽지 않은 도시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15년부터 한 번도 해당 비율이 전국 평균을 넘은 적이 없습니다. 반면, 부산과 대구는 확실히 공급이 많긴 했습니다. 눈에 띄는 지역은 충남인데 충남도 가구수에 비해서 아파트 인허가가 엄청 많이 나온 지역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오늘 가장 궁금했던 전북은 어떨까요? 전북은 2021년과 2022년 조금 반짝하긴 하는데 그마저도 전국평균 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다른 기타 지방 지역들에 비하면 '인허가 어렵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미분양 주택 수에서도 확인됩니다. 전주시의 아파트 미분양 주택수는 2020년 1월 이후 한 번도 200호 이상 넘어간 적이 없습니다. 2021년 2022년에는 미분양이 거의 없었을 만큼 시장 상황이 안정적입니다. 전반적인 수치들을 확인해 보니 확실히 전주는 아파트 짓기 쉬운 도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주 가는 길에 익산을 지나가는데 익산역 근처에 이름이 "제일고층"인 아파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옆에 신축 아파트들에 비하면 제일 고층은 아닌데 아파트 이름 말할 때 좀 기분이 이상할 것 같습니다. 지방 다니다 보니 이런 단지들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오늘은 제가 약간은 편애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방배동에 갑니다. 15 구역 근처로 가는데 주변 이야기들을 좀 담아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길 조심하시고 이제 이틀만 더 파이팅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