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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Jun 16. 2024

[제주] 들랑에서 명상, 올레, 걷기

[5월의 제주] 들랑에서 명상하고, 올레길 걷기 

          



정신없이 바쁜 5월의 한가운데, 제주로 출장 가는 일정이 잡혔다.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지난 2월에도 친구들을 보러 다녀오긴 했지만, 5월의 제주... 한창 예쁠 때라 공휴일 찬스를 활용해 하루만 더 머물다 오기로 했다. 첫날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서 싱잉볼 명상 수업을 듣고, 밤엔 ‘제주술꾼여자들’ 답게 신나게 마시고, 다음날, 올레길 12코스를 걷는 게 우리의 야심 찬 계획이었다.      




들랑에서 싱잉볼 명상        


제주 첫날, 업무를 모두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들랑’ 메디테이션 살롱. 제주에서 살 때, 주기적으로 명상 수업을 들으러 다녔던 곳이다. 이곳에는 언제나 편안하게 명상 안내를 해주시는 멋진 선생님이 계신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즐겁다. 그래서 제주에 올 때마다 선생님과 수다도 떨고, 차도 마시곤 한다.     

 

제주 메디테이션 살롱 '들랑'


지난 2월에 왔을 때, 공간을 이전한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새로 연 공간에 가봤다. 관덕정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호텔 건물 2층으로, 들랑 이전에는 ‘카페성지’로 운영되던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선생님과 반갑게 재회하고, 시루떡을 직접 쪄서 나눠 먹으면서 도란도란 근황도 나누었다.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서, 싱잉볼 명상 수업에 함께 했다. 예약한 분들이 수업시간 직전에 못 온다고 노쇼 하는 바람에 (그러지 맙시다 ;ㅁ;) 나랑 친구랑 들랑에서 일하는 직원분까지 셋이서 오붓하게 수업을 듣게 됐다. 싱잉볼 연주를 실제로 들으면, 음원으로 소리만 듣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싱잉볼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좋았던 나머지, 싱잉볼 연주가 시작된 지 30초 만에 잠들어버렸다는 것.      


체감상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선생님의 증언에 따르면 20분 넘게 코를 골고 잤다고 한다. 정말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민망함도 잠시, 피곤한 상태에서 한숨 푹 자서 그런지 아주 개운했다. 마지막에는 직접 싱잉볼 연주도 해볼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강력 추천!)  


    




맛집 손 선생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들랑에서 싱잉볼 수업을 마치고, 도두항 근처의 숙소에 체크인했다. 저녁 식사를 위한 식당 선정은 맛집 손 선생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맛집 손 선생은 ‘제주술꾼여자들’ 모임의 정신적 지주이자, 머릿속에 도민 맛집 빅데이터가 들어있는 인물로, 현재 위치와 당기는 메뉴를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추천 맛집이 출력된다. 손 선생의 추천식당은 항상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무조건 신봉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위치와 메뉴를 입력하니, 바로 어디서 보자는 지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바다가 코앞에 보이는 고깃집에서 신나게 고기를 구워 먹고, 지난 3개월간 쌓아두었던 이야기로 밤을 불태웠다. 신나게 마신 다음 날 아침은 역시 해장국. 제주에는 유명한 해장국집이 많고 많지만,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대춘해장국이다. 마침 손 선생이 숙소 근처에 새로 오픈한 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대춘해장국은 연북로에 있는 본점뿐만 아니라 지점도 여러 군데 있는데, 이번에 방문한 곳은 막내딸이 운영하는 이호점이었다. 방문일 기준으로 하루 전날 오픈해서 식당 입구에 축하 화환이 가득했다. 당시에는 네이버 검색도 안 됐는데, 손 선생은 어디서 이런 고급정보를 접하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하다. 덕분에 오픈 다음 날, 숙소 근처에서 나의 최애 내장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역시 강력 추천!)      







수월봉과 생이기정길...‘올레 12코스’를 걷다 


대춘해장국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올레길을 걷기 위해 서쪽 끝으로 향했다. 2022년 초, 올레길을 완주했지만, 제주 내려올 때마다 틈틈이 2회 차 패스포트를 채우고 있다. 이번엔 몇 코스를 걸어볼까 고민하다가, 수월봉과 당산봉, 생이기정길을 지나 용수포구에 이르는 12코스를 걷기로 했다.  

   



오랜만에 다시 걷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예전에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 코스를 처음 걸었을 때는 날이 흐렸고, 남편과 함께였다. 당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막판에 거의 뛰다시피 걸어야만 했다. (걷는데 ‘뛰어! 뛰어야 해’ 외치는 남편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마음이 급한 와중에도 멋진 차귀도와 와도의 모습에 계속 감탄했던 것도 기억났다.      


이번에는 쨍하게 맑은 날, 친구와 함께 걸으니, 분명 같은 길인데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길처럼 느껴졌다. 집에 빨리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수월봉 정자에 앉아 바닷바람 쐬며 커피도 한잔 마시고, 자구내 포구에서 반건조 오징어도 사 먹으면서 여유를 즐겼다. 맑은 날의 바다는 매력적으로 빛났고, 걸을 때마다 모습이 달라지는 차귀도와 와도의 풍경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졌다.      

  


“등 뒤로 불어오는 바람, 눈앞에 빛나는 태양, 옆에서 함께 가는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 에런 더글러스 트림블의 말인데, 마치 이날의 경험을 한 줄로 요약해 놓은 것만 같다. 용수포구에서 12코스 완주 도장을 찍으면서 이날의 올레길 걷기는 마무리. 돌아오는 길에 ‘책은 선물’ 서점에 들러서 친구가 추천해 준 소설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한 권 구입했다. 이렇게 짧은 제주여행은 끝.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소중한 친구들 덕분에, 짧지만 행복했던 1박 2일을 보내고, 무사히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살이 이후로 이제 더는 안 가려나 싶었는데, 그럴 리가 있나. 매년 계절마다 한 번씩은 내려가는 듯하다. 올해는 겨울에도, 봄에도 잘 다녀왔고, 이제 곧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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