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0명의 남자친구, 첫번째 남자친구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by whysoserious

첫인상은 ‘평범하다’ 였던것 같다.


항상 눈에띄는 외모의 남자들만 쫒고 만나다 보니 평범하고 날카롭게 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는 그닥 맘에 차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외모가 내스타일이 아닌데 빠지면 답도 없다고 했던가, 처음만나 통성명을 한 순간부터 근 반년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그 남자 생각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어떤 핑계로 그를 보자고 할까, 어떤 말을 해서 그와 대화를 이어나갈까

하루종일 그 남자를 생각하며 하루를 설레했다.


조금이라도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함께 밥을 먹자든가, 같이 아는 친구들 다 같이 어디어디로 여행을 가자든가 하는 제안을 했다.

그 남자가 옷을 사거나 공부를 하러 카페에 갈때도 괜한 핑계로 따라갔다.


잡힐듯 잡히지 않던 서로의 탐색전이 끝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갑자기 다가간 계기는 외국여행이었다. 내가 졸라서 친구들을 모아 다 같이 간 외국여행에서 우리는 더이상 서로 놓을 수 없는 사이가 됐음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한 이년을 한 개의 글로 말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아직도 그를 떠올리면 할말이 많고 웃음이 나기도 울음이 나기도 한다.


그는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사람일 것이다.

이 사람의 말투, 애교, 나를 대하고 삶을 대하는 방식, 가치관, 이 사람의 취향, 여자친구에 대한 배려,

모두 이 사람이 기준이고 지금까지도 그게 옳은 방식이라고 믿고있다.

이 사람은 나의 모든것이고 나의 우주였으며 나의 삶의 방향성과 길을 제시해준 사람이다. 난생 처음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줬으며, 부모님보다 나를 더 아껴주고 이해해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나를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리고 난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가 나를 사랑한 것보다 내가 더 사랑했음을 헤어지고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지칭하는 특정한 단어가 있었다. 그는 애교는 아직까지도 생각이 나서 날 웃음짓게 한다.

그는 단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단것을 못먹게 막았다.

그는 길을 못찾는 나를 위해 혼자 집에가는 나를 항상 걱정했다.

그는 서로 민폐를 끼치는다는 것을 좋아했고 그것이 옳은 연애라고 믿었다.

그에게는 항상 나는 특유의 섬유유연제 향이 있었고, 지나칠 정도로 깔끔해서 그와 그의 집에서는 항상 좋은 향이 났다.

그는 우리집에 와서 더러운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해주었다.

그는 검소했다.

그는 애정결핍인 내가 어떻게 화를 내든지 다 이해해주었다.

그의 취미는 게임이었다. 남들 다 가는 술자리 약속도 별로 없고, 친구도 많이 없고, 집에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집돌이었다.

그는 키가컸고 지금생각해보면 꽤 멋있었고 성실했지만 화려하지 않았다.

그의 유머감각은 너무 뛰어나 모든사람들의 인기스타였다. 하지만 그는 항상 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정말 필요한건 나의 관심 하나뿐이라고 했다.


반면 나는 그에게 똥차였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미친년처럼 날뛰었다.

일주일에 한번 시비를 걸고 미친듯한 싸움을 통해 사랑을 확인 받는게 어찌보면 그와의 연애에서의 내 일과이자 루틴이었다.

좋은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지 않는다고 다른 친구들이랑 비교하면서 그를 나무랐다.

매번 비슷한 옷을 돌려입는 그를 질려했고,

그의 앞에서 대놓고 센스있고 옷잘입고 돈 잘쓰는 남자가 좋다고 말했다.

수도없이 헤어지자는 말을 했고, 그리고 상처받아 있는 그를 항상 내가 다시 잡았다. 그러면 그는 언제나처럼 나를 안아주었다.

일부러 상처주는 말을 골라서했다. 그를 사랑했지만,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그를 상처받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큰 하늘처럼 묵묵히 내 뒤에 있어주었다.

가장 큰 하늘은 항상 그대 등 뒤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나님을 지칭하는 그 시를 읽으며 나에게 떠오르는건 그남자였다.


2년여의 연애동안 그는 나를 맞춰주려 부단한 노력을 다했고,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그를 너무 힘들게했다.

성숙되지 못한 어린 영혼이 너무나도 큰 마음을 가진 성숙한 영혼을 만나면 이런연애를 하는걸까.


연애중 그 사람이 보내준 메세지들을 종종 캡쳐해 놨었다. 헤어질때 쯤 외장하드에 백업해서 고이고이 묻어두었지만, 가끔 술을 마시고 청승맞은 생각이 날때면 파일들을 열어서 그 메시지를 본다.

그러면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정도로 깊은 어둠속에 잠겨 지낸다.


연애할때 그와 종종 여행을 다녔었다. 그 어떤 여행중에서 그와 간 여행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으며 가장 나다웠다. 우리만 아는 노래를 부르고 우리만 아는 말투를 쓰고 우리 세계에 둘러쌓여 우리만 보면서 여행했다.


한번은 해외 여행에 가서 고열을 동반한 심한 편도선염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그는 나흘 내내 옆에서 나를 밤새 간호해줬다.

아직도 그 손길, 눈빛, 그때의 분위기와 언어를 놓치지 않고 기억한다.

새벽에 앓는 내 옆으로 와서 조용히 간호해주다 잠이든 그의 얼굴, 여행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나를 위해서 간간히 호텔에 들어와서 함께 쉬어준 그의 행동,

그의 나직한 말투와 숨소리,

나를 위한 천사가 내려왔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 라고 생각하게 했다.


그가 가끔 코를 골 때가 있어서 항상 우리는 잠을 따로잤다. 그는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를 위해서 절대 같이자려고 하지 않았다.

난 항상 침대에서 재우고 본인은 저기 멀리 땅바닥에서 요를 깔거나 아니면 패딩을 덮고 잤다.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했고, 아침에 눈을 뜨면 나에게 제일먼저 달려와서 잘 잤냐며 본인때매 밤새 깨진 않았냐며 나를 안아줬다.

하루는 내가 침대에서 자고, 여느때와 같이 상대방이 바닥에서 자고 있었는 데, 잠에서 중간에 깬 내가 그를 찾으러 바닥으로 내려가서 옆에 누운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몇분쯤 지났을까 그가 큰일난 듯 잠든 나를 깨웠다.

“이게 무슨일이야.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하면서 마치 바닥에서 내가 자면 정말 큰일난다는 듯 나를 다시 안아서 침대에 올렸다.

그는 내가 바닥에서 자면 하늘이 무너지는 사람이었다


내가 출장을 갔을때 그 사람이 보냈던 20줄이 넘는 가슴 설레고 절절한 카톡도 생생히 기억난다.

내가 누워있을때 내 옆에서 나직히 고백하던 사랑한다는 그의 말도, 그날의 분위기도,

게임을 하러가서 연락이 안돼 화난 나를 달래러 그림을 그려 보내면서 사랑한다고 화풀라고 말하던 그의 이상하고 엉뚱한 그림도,

내가 집에 놀러올때면 부모님이 보내주신 소고기나 반찬을 꺼내서 항상 밥을 차려주던 그의 뒷모습도,

뉴욕 출장을 갔을때 나를 위한 기념품을 사야한다며 새벽같이 택시를 타고 나가서 사온 그의 선물도,

나를 위해선 그 어떤 것도 아깝지 않다며 본인이 받은 선물이나 가진것들을 모두 내어주는 마음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흔쾌히 벗어주던 그의 패딩의 향기도..


그의 과분한 사랑은 헤어진지 6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생생하고, 그 기억들이 가끔은 날 지탱하게 한다.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이정도의 사랑을 받아봤으면, 평생 이런 사랑을 다시 못 받아본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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