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아줌마나 여성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으면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줌마들의 대화가 더 신기하기 때문에 아줌마들의 대화에 제한해서 소감을 적기로 한다.
아줌마들의 대화에는 발언권이라는 것이 특별히 부여되어 있지 않다
대화는 말하는 화자와 듣는 청자의 구별이 있다. 화자가 일정한 주제에 대해 진술이 끝난 다음에, 즉, 말을 끝까지 들은 후 청자가 그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비판을 하거나 소회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런데, 아줌마들의 대화장면을 지켜보고 있으면, 누가 화자인지, 청자인지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발언권, 발언순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누가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누가 말을 하든 큰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목소리가 큰 사람이 발언하는 것도 아니다.
화자의 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청자가 다른 주제로 말을 한다
아줌마들의 대화의 특징은 속도가 매우 빠른 화제의 전환에도 있다. 남편을 화제로 삼는다 싶으면 어느새 자녀문제가, 그러다가 시댁 식구문제로, 느긋하게 들어보려 하면 누군가의 남편이 바람피운 이야기, 살빼야 한다는 푸념 등 일정한 시간적 간격도 없고, 규칙도 없이 이 화제에서 저 화제로의 변경이 쉴새없이 이어진다.
다양한 화제와 화두에 대해 사전에 말할 것과 이해할 것이 준비된 것처럼 때로는 순식간에, 때로는 천천히 화제변경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격한 공감의 표시를 나타낸다
아줌마들의 대화를 지켜보면, 많은 추임새와 여음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명 또는 복수가 말을 하고 있음에도 전부가 "맞어! 맞어!", "정말?" 등 여음구를 같이 내고, 박수를 치면서 격하게 공감하기를 동일하게 한다.
여러 화두와 화제에 대해 진술이 있었고, 진술인도 수시로 변경되었는데, 이 많은 대화를 전부 들었다는 것인지는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아줌마들 개개인이 화자이면서 청자이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격한 공감의 표시는 거의 동일한 시점에서 동일하게 나타낸다.
분당 말수가 엄청나다
여성이 남성보다 기도나 식도가 짧기 때문에 말을 빨리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으면 다시는 이 자리가 끝날 때까지 해당 얘깃거리를 말할 수 없다는 강박 때문인지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한다.
분당 말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아줌마들의 모임자리가 소란하게 생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 목소리 자체의 데시벨보다 이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듯 하다.
여럿이 함께 한 자리에서 각자 말한다
아줌마들의 대화정원이 3명을 초과하면 신기한 현상이 벌어진다. A-B, C-D, E-F로 말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A-C, B-E, E-D 등으로 조가 변경되면서 대화가 벌어진다. 이같은 변화는 대화의 자리가 파할때까지 몇 차례 반복된다.
과연, 일정한 대화의 맺음은 하고 대화 당사자의 변경이 이루어진 것인지 의문이다. 하지만, 옴니버스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시점에서 조의 변화가 이루어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아줌마들의 대화는 남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경이로운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