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아이가 친구들과 싸운다면 맞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기 편할까, 아니면 때리고 온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편할까. 승리의 결과를 놓고 볼 때, 차라리 때리고 들어온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이 편하지만, 향후 상대 부모에게 사과할 일이나 손해배상문제 등을 생각하면 당장의 안도보다는 걱정이 점점 커진다. 때문에 맞은 놈은 두 다리를 펴고 잠을 잘 수 있어도 때린 놈은 다리 펴고 못 잔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싸움은 지양해야 한다. 성인은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에 "돈 있으면 때려봐!"라는 말을 흔히 한다. 모든 것이 돈과 연계되어 있음을 살면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인 아이의 싸움에 대해서는 관점을 달리 한다.
어떤 부모도 아이에게 친구들과 싸우면 안된다고 훈계하지만, 만약, 어떤 친구가 아이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괴롭힌다면 몇 번의 언질을 준 다음, "너도 맞서 싸우라!", "뒤에 일은 부모가 책임질게"라는 말을 한다. 기본적으로 싸우면 안되지만,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정당성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싸움이 정당하다면 우리 아이의 폭력은 자기 방어에 해당한다고 가르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동물의 세계는 물론, 인간의 사회에서 서열의 문제, 강하고 약한 것을 가리는 문제는 상존한다. 그리고, 갈등의 해결방법이 폭력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그리고, 강한 억압에 쉽게 복종하게 되는 것이 본능이다.
타인을 평가하는 잣대와 나와 주변을 평가하는 잣대는 같아야 한다. 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자신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본래적 습성이다. 다른 아이의 폭력은 나쁜 것이고, 우리 아이의 폭력은 나름의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중적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모두의 관계가 같은 기준에서 평가되고 같은 심정에서 타인을 바라볼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다면 진정한 공감이라는 것이 형성될 것이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해결은 지혜롭고 인간답게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같은 저울을 가지고 있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