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 사실관계
피고인 등이 토지의 소유자이자 매도인인 피해자 A 등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A 등의 소유 토지에 피고인을 채무자로 한 근저당권을 B 등에게 설정하여 주고 돈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한가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판결 검토
1. 사기죄와 절도죄의 구별
사기죄는 피해자를 착오에 빠뜨리고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이고,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여 양죄는 구별된다.
따라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처분의사에 기한 처분행위가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으면 사기죄의 처분행위가 될 수 있다.
2. 위 대법원 판결에서 말하는 사기죄에 있어 피해자의 인식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피해자는 하자있는 의사표시를 할 수 밖에 없고, 그 의사는 불완전하고 결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인식에는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을 하면 충분하고 그 행위로 인해 초래될 결과에 대해서까지 인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3. 기망행위의 의미
사기죄의 성립요소로서 기망행위는 널리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고, 착오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인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에 관한 것이든,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든, 법률효과에 관한 것이든 상관없다. 또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하자 있는 피기망자의 인식은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이든,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든 제한이 없다.
따라서 피기망자가 기망당한 결과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러한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그와 같은 착오 상태에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면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와 그에 상응하는 처분의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4. 사기죄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
처분행위라고 평가되는 어떤 행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피해자가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까지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된다. 다시 말하면 피기망자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 서명사취
이른바 ‘서명사취’ 사기는 기망행위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내심의 의사와 다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경우이다.
이처럼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
# 변호사의 TIP
하급심에서는 피해자가 문서의 내용의 의미와 그 문서에 서명날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 하였다면 처분의사가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피해자가 문서에 서명, 날인한다는 행위에 인식이 있기만 하면 처분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한 판단하였다.
결국, 사기죄의 여러 유형 중에서 피해자를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린 후 일정한 문서에 서명, 날인하게 한 경우, 피해자가 그 문서에 서명, 날인한 행위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까지 알 필요는 없고, 일정한 문서에 서명, 날인한다는 점에 인식만 있었으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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