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반려동물은 물건인가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운전 중 빨간불이 점화되서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웠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유모차라고 생각하는 것을 끌고 가는 젊은 여성이 있었는데, 유심히 보니 그 안에는 강아지가 타고 있었다.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미용시술도 해 주고 옷도 입히고, 전용 놀이터, 놀이공원에도 데리고 다니고, 부재시에는 호텔(?)에도 숙박을 시킨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외국에서는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에게 상속을 시키기도 하고, 부부가 이혼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 소송도 제기한다고 한다(물론, 각하되었지만), 외국에는 반려동물이 죽은 경우 휴가를 주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경우, 반려동물은 교환가치(시세), 담보가치, 사용수익가치 등의 여러 가치로 평가될 수 있다.


국내 법제 하에서 제3자가 자신의 반려동물을 고의적으로 해친 경우에는 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이러한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아직은 반려동물의 교환가치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이 정해지고 있고, 다만, 정신적 손해에 있어서 위자료 책정에 반려동물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일부 고려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리능력이 문제!


권리능력이란,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법률적으로 물건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는 권리능력의 인정여부에 달려 있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대부분 권리능력자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고,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법인이라고 해서 관념적인 권리능력자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반려동물에게도 일정한 영역에서 권리능력이 인정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가 있고, 그것이 법제화된다면 반려동물은 그 영역에 있어서는 물건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경우와의 형평성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이 죽은 경우 휴가를 부여할 경우,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반려동물도 참으로 다양하다. 개, 고양이 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충류, 곤충 등 희귀동물인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에게 일정 영역에서 권리능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반려동물의 개념과 그 범위를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의 가치가 사람의 그것을 초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베풀어 주는 정서적인 면들이 사람보다 나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사람의 지위와 유사한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의 핵심은 반려동물의 존재보다는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려동물로 인해 빚은 마찰과 갈등의 대상 역시 사람이다.


현재로서는 반려동물에 대해 사람과 동등한 또는 유사한 가치를 인정할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그 합의를 통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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