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매일 같은 길을 두번 지나치게 된다. 자동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신호등, 보행자, 가시적인 간판들이 전부이다.
그런데, 그 길을 걸어보니 참으로 여러 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풀들, 꽃, 그리고, 좀더 세밀하게 보면 개미와 같은 살아있거나 죽어있는 벌레들. 갈라진 바닥. 낙엽. 오늘 아침에는 개미들이 떼를 지어 버려진 빵가루를 나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부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마다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나치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있어야 할 곳에,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곳에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문득, 삶 중에도 바쁘고 숨가쁘게 생활하기 때문에 미쳐 깨닫지 못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유추를 해 본다. 인식을 못 하기 때문에 없거나 문제가 없을 것으로 치부하며 지나치고 묻어버린 것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천천히 걸어야만 볼 수 있다. 그래야만 보고 깨닫게 된다는 점은 삶에도 같은 원리로 적용될 것이다. 무엇을 잊고 지내고 있는지, 바쁜 속도로 인해 무엇이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보고 있지 못 하는지는 각자가 천천히 걸어보아야 알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빨라지려는 데에 관심이 있다. 때문에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