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우두머리 침팬지가 없을 때, 2위 침팬지는 우두머리 행세를 한다. 좋은 먹거리를 차지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3위 이하의 침팬지들에게 털을 세우고 몸을 부풀려 위세를 보인다. 하지만, 우두머리가 나타나면 먹던 과일도 팽개치고 좋은 자리와 먹이를 양보한다.
호랑이가 없을 때 여우가 위세를 부리거나 호랑이에게 약하면서 자기보다 약한 동물에게 강한 척을 한다.
어느 입주자가 경비실에 경비원이 없는 것(사실은 순찰)을 두고 비싼 월급 주는데 놀러 다닌다고 공개적으로 나무라고, 잠시 잠든 경비원을 깨워 잠자라고 월급주는 것이냐고 핀잔을 주는 것이나 식당의 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대하거나 몰의 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약자에게 강한 척 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강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어떤 부탁을 하면 합리적 의사결정의 과정없이 그것이 좋다라고 과잉반응을 보이면서도 아랫사람이 심사숙고한 제안을 하면 딴지를 걸고, 전반적으로 못 마땅하다는 내색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관대할 수는 없을까. 강자에게 강하다는 것은 강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용기가 있다는 것으로 진정으로 강함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다. 약자에게 관대하다는 것은 약자의 약점을 포용할 수 있는 도량을 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게 유독 위세를 보이는 것은 스스로가 약하고 속내가 좁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강자나 약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약자가 되었을 때, 자존심 상하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으려면 강자의 위치에 있을 때 약자에게 관대하고, 약자의 위치에 있을 때 강자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