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소개팅,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만남, 중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통한 만남 등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선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준의 모호성, 확신의 불가성
대부분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모호하다. 그저 '마음에 드는 이성', '느낌이 좋은 이성'이라는 기준으로 만남에 임하기 때문에 결혼에 골인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마음에 든다', '느낌이 좋다'라는 감정은 순전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눈 앞에 있는 이성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성인지, 가장 느낌이 좋은 이성인지 여부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도 불안하다. 가령 이전의 이성이 눈 앞의 이성보다 더 나았다는 평가를 하더라도 그 이전의 이성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
남녀가 결혼을 전제로 의도적으로 만나는 일은 마트에서 물건을 비교해 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종전의 물건을 고르는 것과는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
또 하나의 문제는, 특정 이성이 마음에 들더라도 상대가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결혼은 성사되기 어렵다. 결혼이란 필요적으로 반드시 쌍방의 의사합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의 모호함과 확신의 불안은 양쪽 모두에게 적용되고, 상대방도 같은 심리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선호만으로는 배우자 선택이 어렵다.
고려 요소의 다양성
배우자의 선택에 있어서 주관적인 선호와 감정 이외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소득, 성격, 학력, 집안배경, 건강, 종교 등 여러 요소들이 고려된다.
만나게 되는 이성의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순위를 매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요소간 가중치를 매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령 소득이 가장 높은 이성을 기준으로 상대방의 조건을 단순화한다면 배우자 선택의 과정 또한 단순화될 수 있겠지만, 사람의 심리란 단순화할수록 더 복잡다기해지기 마련이다.
시간과 비용의 한계성
가급적 많은 이성을 만나보고 신중하게 배우자 선택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예비 배우자 선정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 역할과 의무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오로지 이 일에만 전념할 수도 없다.
합리적 접근에 대한 착각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은, 합리적 선택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합리적 평가는 다른 조건과 상황에서 비교우위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누군가의 합리적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 선택은 각자가 가진 나름의 기준과 평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각자의 기준과 선호에 따라 일정 수준과 조건에 부합하는 상대를 배우자로 선택하는데 만족해야 한다. 그 선택이 합리적인 선택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적정 수준에서 만족이라는 개념을 들이지 않으면 배우자 선택은 요원하다.
상대가 완벽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상대방도 자신에 대해 동일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 나갈 수 있다는 기대와 만족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