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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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단 가져가서 사용해 보거나 경험해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하라는 판매방식은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 아무 조건도 결부되어 있지 않고, 무료체험이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큰 부담이 없다. 영구적인 소유가 꺼려진다면 판매자에게 반환하기만 하면 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판매방식이 합리적 소비를 결정하는데 상당히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일단, 체험을 해 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과 효능을 경험해 본 뒤에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니 합리적 소비를 위한 방법 중 이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서운 함정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은 한 번 소유하게 된 것은 잃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지배하고 관리했던 물건을, 자신의 지배관리 영역 밖으로 영원히 떠나 보내는 것은 무언가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부존효과(endowment effect)는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물건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사람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포기하기 싫어하는 심리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가치는 그것을 소유하였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동일하다. 10만원의 정수기가 내 것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10만원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일단, 10만원의 정수기를 사용하고 소유하게 되면 그것의 가치를 10만원 이상으로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유물을 반환하거나 잃는다는 것은 손실 내지 손해라고 여기고 이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같은 판매전략이 소비자에게 먹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견물생심이라 물건을 보거나 타인의 물건이라도 일단 내 손에 쥐어지게 되면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는 손쉽게 판매전략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소비자 또한 알든 모르든 매번 속아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