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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8. 2017

체벌의 조건

일상의 변론

출근 전에 4살 딸아이의 엉덩이를 3차례 회초리로 때렸다. 체벌의 이유는 동의나 승낙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냈기 때문이다. 평소 딸아이는 8살 오빠의 장난감과 개인 소지품을 허락없이 만져서 자주 꾸지람을 들었다. 아무리 설명하고 나무래도 행동에 개선이 없음을 확인하게 되자 체벌이 실행될 수 있음을 수차례 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가 허락없이 어른의 지갑에서 돈을 꺼낸 장면이 목격되자 더 이상 구두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자체 판단 하에 잘못을 요목조목 설명하고, 과거 전과(?)를 지적하면서 체벌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재차 반복하지 않겠노라 다짐을 받은 후 딸아이를 석방(?)시켜 주자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 이불 속에 얼굴을 파 묻었다. 집사람과 할머니에게 달래주라고 부탁한 출근했다. 


체벌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체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목소리로 보인다. 체벌을 가하는 사람과 체벌을 당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교육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체벌을 당하는 사람이 진실로 시비를 가려 인식하기 보다는 체벌만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이다. 


체벌이 인격에 대한 훼손일 수도 있고, 교육적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체벌이 불가피한 수단으로 여전히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 한표를 더 하고 싶다. 


우선 체벌의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와 교감을 통해서 함께 정해 놓은 규칙위반을 방지할 수 있다면 체벌의 목적은 정당할 수 있다. 아이의 잘못은 집에서 눈감아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차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하게 될 때, 타인과의 약속을 준수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소임을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교화, 교육이라는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기 보다 기본을 갖추게 한다는 데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 


체벌의 수단은 가장 보충적이고 피해 최소성을 가져야 한다. 대화, 솔선수범 등 다른 수단을 전부 사용한 후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그 때 체벌을 실시하되, 신체적 고통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법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체벌이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이유는, 체벌자가 주관적인 분노, 화 등 감정을 싣기 때문이다. 이성과 냉정을 잃지 않은 상황에서 체벌할 수 있다는 자신이 들 때 체벌에 나가도록 해야 한다. 


체벌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인권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라 부모의 과잉보호와의 문제와 갈등을 겪고 있다. 가정, 학교에서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행동에 대해 엄격한 징계가 실시되지 않고, 아이들의 인격,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제 아래 잘못을 너그럽게 넘기고, 제3자가 체벌하는 것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고 날선 협박을 하는 것이 요즘 부모들의 모습이다. 


부모도 때리지 않는데 누가 우리 애를 때린단 말인가. 이것은 누구도 필요한 악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과잉보호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생각일 수 있다. 체벌을 통해 아이들이 잘못된 자기 행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닫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막상 체벌할 때는 감정적으로 흥분된 상태에서 행하고, 체벌 후의 상흔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체벌자에 대해 분개하게 된다. 그러나, 체벌 자체, 체벌 결과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체벌의 경위와 이유에 더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딸아이에게 회초리를 댄 일로 가슴이 먹먹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최소한의 필요성을 갖추었다고 해도 후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일로 스스로 자녀를 대함에 있어 좀더 냉정한 태도를 갖출 수 있는 훈련이 되고, 차후에 필요한 대화를 더 지혜롭게 펼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아이는 타인의 물건을 함부러 만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이 일응 체벌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행동의 변화는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이가 그 행위를 반복하지 않은 진정한 이유를 인식하고 있는지는 시간을 두고 관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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