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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28. 2017

그 사람에게는 너무 쉬운 문제

일상의 변론

제1심을 다른 로펌에서 4년, 제2심을 내가 맡아서 3년째 하고 있다. 재판은 올해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대방 당사자 :
재판장님 !이 사건은 중학생도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어요

나의 의뢰인 :
(재판을 마치고 법정 밖에 서서 나에게)5분이면 해결될 일을 500분 넘게 걸려서 해결하려 한다 


상대방 당사자, 나의 의뢰인은 자기 해결책에 따르면 이 사건이 쉽게 해결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오랜 세월 재판을 하면서 답을 내지 못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과연 상대방, 의뢰인의 말처럼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면 왜 판사, 변호사들은 7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법률, 증거, 판례 등 객관적인 사실과 입증에 의해 답을 내야 올바른 해결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들 생각과 주장대로 해결책을 내다 보니 상대방이 승복하지 않는 것이고, 장구한 세월 동안 싸워 온 것이 아니겠는가. 


나아가 당사자들의 주장은, 마치 감기 걸려서 소주에 고추가루 타서 먹으면 금방 낫는데, 의사한테 진료받으니 더 안 낫는다고 푸념하는 것과 같다. 




쉽게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 해결책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자유 밖에 있다. 자기 방법대로 처리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로지 자기 생각일 뿐이고, 타인에게도 같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방식에 타인의 동의를 얻으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최소한 그 이상의 해결책은 현재로서는 없을 것 같다는 설득과 이해가 수반되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방식대로 해결하면 될 일을 왜 따르지 않느냐는 식의 행동은 상대방의 의견과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상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된다면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겠는가. 누구나 저마다의 생각, 감정, 고집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에게 쉬운 해결책이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에게 그 문제는 오로지 그 사람에게만 쉬운 문제일 뿐이고, 오로지 그 사람만의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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