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인생이 소설이나 수필이라면 고치고 싶은 부분을 고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삶은 거스를 수도 없고, 일회적이기 때문에 수정과 삭제라는 개념을 허락하지 않는다. 수정과 삭제에 대한 욕구가 발생하는 시기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아련하기만 하다.
과거의 저지른 실수나 죄를 그것이 없었던 것처럼 수정할 수는 없다. 상처받아 힘들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준 상처는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기억하는 법이다.
사랑은 연필로 써야 하는 이유가 지우개로 깨끗이 지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노래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고칠 수 있는 것이 삶이라면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인생은 결코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 그것이 절실하게 지우고 수정하고 싶다는 후회가 들더라도 말이다. 삶이 아쉬운 까닭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회적인 기회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후회가 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전과 다르게 살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 그리고, 실천뿐이다.
과거의 모습을 고칠 수는 없어도 예전과는 다르게 살수 있다. 다시 태어날 수는 없어도 다르게는 살 수 있다. 그것은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실천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치고 싶고,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불가하다는 것을 체념해야 한다. 다만, 예전과는 다르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갱생할 수 없지만, 다르게 살아갈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