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영화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장면 중 최민식이 연기하는 이런 장면이 있다. 배우 최민식이 조폭관련, 배임증재, 뇌물죄 등과 관련해 경찰에 체포된 장면이다.
"내가 마! 누군지 알아! 내가 너그 서장하고, 밥도 묵고, 목욕도 하고
내가 마~. 다 했어. 마~!"
인맥, 인적 네트워크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권력, 재물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를 더 원한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 부와 권력의 바운더리에라도 발을 담그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모르는 것보다 낫고, 행여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계산된 동기가 내재되어 있다.
심심치 않게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게 된다. 자신의 레벨이 그런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둘러서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을 그런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는 사실로 과대포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대가 허위로 포장되면 사기꾼이 될 수도 있다.
인맥자랑하는 사람은 정작 본인은 별볼일 없거나 내실있는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인맥자랑하는 사람이 알고 지내고 있다는 사람에게 이 사람을 알고 있는지, 얼마나 끈끈한 사이인지 등에 관해 직접 확인할 수도 없다. 그저 인맥자랑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면전에서는 그 말을 신뢰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인맥자랑하는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단하다는 감탄과 함께. 좀더 맞장구를 치면 인맥자랑하는 사람의 그 인맥에 해당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 오라가라하면 그렇게 되는 인물로 변해 버린다. 인맥자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에게 꼼짝달싹 못 하는 관계인지, 그저 지나치다 한두번 본 관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인맥자랑하는 사람이 그렇듯 듣는 사람도 이런 사람을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지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관계의 끈을 단절하지는 않는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인맥이라는 것은 지극히 계산된 것일 뿐, 진정 사람의 됨됨이가 좋아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권력, 부가 소진되면 닿아있던 인맥은 스스로 소원해진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이치이고, 다소 허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