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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30. 2018

Work & life balance

일상의 변론

베이비 부머세대들의 아버지들은 아버지라는 사실이 약점이다. 성실하게 일만 하며 가족을 부양하는데 젊음을 바쳤는데, 돌아오는 평가는 냉소와 어색함이다. 일에 치중하느라 가족을 돌보지 못 했고, 아내의 외로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못 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회사에 충성하고, 상사에게 충성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살아온 세대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과 가정의 균형이 화두이고, 그 화두를 그나마 실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축에 속하는 삶을 누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균형을 깨뜨리는 회사, 조직, 상사는 꼰대집단이거나 꼰대라고 평가받는다.


한 때 '아버지'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의미였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기를 지나 '아버지'가 왜 필요한지 의미를 애써 찾아야 하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냉장고는 음식을 주고, 신용카드는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게 해 주지만, 아버지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농담이 유행했던 시기도 있었다.


'선물은 누가 사주니?', '음~~택배 아저씨'. 그렇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 하는 존재이기 십상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건 가족에게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아버지들의 문제이다.


자신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문제에 대해 너무 경시했고,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이유 하나로 소소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안문제에 대해 소홀했다. 그리고,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보기에 누릴 것은 누리고 산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술마시고, 골프치고,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것보다 적게 벌어다 주더라도 아내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겠금 살가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들은 강압적이거나 고압적이었고 힘든 사회생활에 대해 말해 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강한 척, 아닌 척 하다가 오해의 깊은 골을 만들고 말았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지금 말하는 아버지들과는 참으로 다르다. 이전의 아버지들의 시선에서 볼 때, 여성스럽기까지 한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돈도 벌지만, 가정에도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어느 60대 아버지의 말이다. '소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집안문제이지요. 회사에 소홀하면 돈은 누가 법니까'. 시대가 그랬다. 그런 시대를 홀로 거슬러 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는 따뜻한 젓가슴이 없다. 단지, 깊은 눈물과 인내가 있을 뿐이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뼈아린 고통과 외로움을 알아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아버지도 생색을 덜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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