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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사랑의 끝이다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신데릴라가 유리구두에 발을 맞춘 후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가수면 상태에 있다가 왕자와 키스를 한 후 깨어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등등 사랑 얘기의 끝에 수식어 하나가 더 붙는다. '오래오래'.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고, 종착역이며, 해피엔딩으로 세뇌당했다. 하지만, 사랑해서 결혼한 현실은 어떤가.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희망의 양이 줄어들고 있음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결혼은 사회적 제도의 산물일 뿐이다. 남녀가 사랑하면 그 끝에 공식적인 선언을 위한 의례이다. 함께 살 것을 대외적으로 공지하는 행위이다. 좀더 협의적으로 말하자면 '섹스'하는 관계임을 공개적으로 의사표시하고 타인도 그것을 인정하는 절차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살아가는 방식과 패턴은 다양할 수 있다. 반드시 결혼절차를 거쳐야만 사랑의 완성은 아닌 것이다. 특히, 동양적인 관점에서 결혼이란 집안 vs 집안의 결합의 개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남녀를 오히려 멀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잘된 결혼, 부족한 결혼, 못난 결혼이라는 평가도 수반된다. 하지만, 어떤 결혼이든 살아남아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의 결말이었던 결혼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 잊혀지지 않는 후회거리가 될 수도 있다.


'결혼은 사랑의 끝이다'라는 것에 동의한다. 사랑의 최정점이라는 의미도 합당하지만 사랑이 끝나고 현실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도 합당한 문장인 듯 하다. 인생의 선배들이 결혼문제에 대해 '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알코올 섞인 목소리로 전달했는지에 대해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결혼하는 많은 커플들을 축복하는데 가식적인 축복을 더 해 축하하는데 익숙한 우리다. 결혼은 사랑의 끝이다. 항상 함께 하고 싶은 욕구가 제대로 실현되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도 있지만, 남녀간의 흥분이나 신비감은 점차 감소하고 새롭게 달라진 삶의 형태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의미의 남녀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끝'인 셈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를 겪고 있다는 증거는 '나를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이다. 나보다 상대가 소중하고 나를 희생하더라도 상대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순간이 사랑하고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결혼은 자극적이고 감성적이며 송두리째 포기할 수도 있다는 헌신에 대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자문하게 되는 현실이다. 여지껏 관리하지 못 한 자신,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그제서야 자각하고 둘러보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자초한 현실이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자진해서 선택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인 상황이기도 하다.


사랑은 중요하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결혼은 사랑의 끝이 분명하다. 기대했던 청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사랑해서 결혼했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는 것은 당론은 아니다. 사랑했던 기억과 경험은 추억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1탄이 흥행한 영화가 2탄, 3탄까지 성공해야 훌륭한 것은 아니다.


결혼은 사랑이라는 원인 때문에 벌어진 현재이지만, 사랑의 깊이, 농도, 기간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음을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 사랑의 끝이므로 다시 써 나가야 할 여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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