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변호사로 벌어먹고 살아가고 있는 세월이 10여년이 지나간다. 초창기 시절에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은....
"공부 잘 했나 봐요"
"부모님이 뿌듯하겠어요"
"얼굴도 동안에 잘 생기고 공부까지 잘 하다니~~"
"열쇠 몇 개 받았어요?"
등등
직접 내 입으로 거론하기에는 낯뜨거운 평가들도 있지만, 실제로 심심하지 않게 위와 같은 말들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 숫자가 너무 증가한 탓에 변호사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력, 커리어, 사건경험 등에 대해 오픈하고 있고, 과대포장하기까지 한다.
요즈음 많이 듣는 말은...
"변호사 비용이 왜 그렇게 비싸요? 어디 사무실은 얼만데, 여기는..."
"변호사 잘 사서 이겼네요"
"변호사 잘못 써서 소송에서 졌으니 2심, 3심은 공짜로 해 주세요"
"수임료 분할해 주세요"
"성공보수 깎아 주세요"
등등
타인의 고통과 억울함의 해소, 분쟁의 지적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변호사라는 존재일진대, 점차 변호사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저렴하고 질좋은 변호사를 구매해 당면한 분쟁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이 소비자들, 의뢰인들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변호사와의 긴밀한 소통과 정을 통하는 과정 따위는 구태의연한 시간낭비가 되어간다.
나는 여전히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기본서(민법, 상법 등에 대해 교수가 저서한 책)를 찾아보고, 그 다음에 판례를 검색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논문을 찾아본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그래도 답을 찾지 못하면 경험많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렇게 얻어낸 답을 의뢰인에게 전달하더라도 사건수임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사건의뢰로 연결되지 않으면 수익은 없다. 그저 시간과 정력만 낭비한 셈이다. 위로하자면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위로 정도이다.
대부분의 소비자와 의뢰인들은 요즘 법조계의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변호사들이 학습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다. 오로지 광고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존재라는 광의의 의미에서 변호사도 사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법질서와 분쟁해결의 발전은 변호사, 검사, 판사 등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조화를 꾀하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변호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사견이다. 문제를 겪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고, 그것을 문제화시키고 해결해 달라고 절차와 요건을 갖춰 청구하는 것은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분쟁해결의 방법과 해답의 변화에 있어 변호사의 역할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생계유지가 곤란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급급하다면 결코 타인의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할 기회나 시간, 정력 따위는 남지 않게 된다.
다수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솔직히 선거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선험적 경험자의 지식, 평범한 사람들보다 지적 능력이 다소 앞선 사람들의 지능, 창조적 소수가 제시하는 해결책에 의해 답이 얻어진다.
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자동차가 등장했지만, 때로는 자동차로 인해 더 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후배가 형들이 받던 초임 봉급에 절반도 못 받는다는 푸념 때문에 많은 상념에 젖어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