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공기놀이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9세 아들이 뭘 던지고 받기를 하면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탄식을 하길래 무엇을 하나 싶어 접근했더니 공기를 하고 있었다. "야! 그거 이리 내봐!". 초등학교 때(정확히는 국민학교 시절) 나름 한 공기했기 때문에 공기의 진수를 보여주겠노라 하며 화려하게 공기 플레이를 했다. 꺾기도 보여 주고, 콩콩도 보여줬다. 같은 플레이를 하더라도 테크닉을 가미하면 멋져 보이는 건 모든 경기에 공통적인 속성이다.


아~~아들이 아무리 가르쳐도 잘 못 받는다. 던진 공깃돌이 일관성없이 날라가고, 일관성 있게 돌을 던졌나 싶으면 바닥돌을 손으로 쓸어담지 못 한다. 그래, 공기놀이 잘 해서 뭐에 쓰겠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이상 이 게임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이 계속해서 연습을 거듭하더니 돌을 던지고 바닥돌을 쓸어담는 확률이 점점 높아졌다.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욕심인지, 자존심인지 반복하더니 돌을 던지고 받는 것이 일정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식을 통해 살아온 삶을 다른 버젼으로 다시 살아가는 느낌이다. 디지털 시대에 원시적인 공기놀이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하지만, 구체적인 등장인물이나 장소, 시간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슴프레 그 시절로 돌아간다.


메멘토. 기억을 깊숙한 뇌리에서 꺼내게 만드는 계기나 물건은 그 존재 이상의 의미와 감상을 제공한다.


살면서 겪은 모든 일들은 기억에 남아 있다. 망각이 잠시 회상을 늦추지만 예상치도 못 하게 뿌리박혀 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할수만 있다면 불현듯, 문득 되살아날 기억을 인식하는 순간에 가급적 아름답고, 좋은 기억들이 대부분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몹쓸 짓 하지말고, 매 순간에 최선이라는 옷을 입혀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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