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사계절에 대해 선호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계절에 대해 정답다는 표현을 빌려 쓰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열섬과 푹푹함으로 잠을 설치게 만드는 여름이 겨울보다 더 좋다. 늦은 시각까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있고, 피식하며 캔맥주를 따는 소리, 소란스럽게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잠 못 이루며 옛날 영화를 보는 것은 여름의 시기에 흔히 접하게 되는 정다운 모습이다.
개미새끼 하나 없이 삭막한 거리, 눈이라도 오면 시커멓게 질퍽한 지저분한 거리, 앙상한 나무, 겹겹이 옷을 끼어 입어 부자연스러운 몸가짐, 짧은 낮과 지나치게 기나긴 밤, 겨울은 수축과 위축, 그리고 삭막함, 외로움, 고독 등 상당히 부정스러운 감정과 사상을 품게 하는 계절이라서 단언하더라도 겨울이 여름보다는 우위를 점할 수 없다 하고 싶다.
더워서 잠을 설쳤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듣기도 하지만, 사실 여름은 선풍기나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잠에 들기 때문에 오히려 잠이 더 잘 올 수 있는 상황이다. 백색소음이 잠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이다.
거리에 사람들이 분빈다고 해서 내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무언가 풍성하게 느껴진다. 시각적으로 겨울보다 여름에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다. 사물과 사람들. 겨울보다 여름에는 훨씬 더 많다. 사람은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고독보다는 일정 정도 방해받는 관계가 오히려 정신상, 감정상 건강할 수 있다.
여름의 맹위는 사람을 늘어지게 하고, 쳐지게 만든다. 덥다는 느낌은 다른 사치스런 감정을 품게 만드는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다. 여름에 지나치게 감상에 젖는 경우는 드물다. 여름은 숙제를 제공하는 계절임이 분명하다. 더위를 피하도록 하는 숙제를 제공해 우울감에 빠지지 않게 만들고, 보다 꼳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을, 환경을 조성한다.
여름은, 소란하고 부산한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겨울보다는 확연히 정다운 계절이다. 더워서 짜증을 내는 누군가에게 이 계절의 정겨움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