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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23. 2018

꽃과 벌

일상의 변론

꽃은 수분을 하기 위해서 꽃가루를 이동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타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에너지가 적게 들면서도 확률이 높은 방법이 필요하다. 꽃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몇가지 존재하지만, 최상이라고 할만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다. 


엄청난 대가를 들여 바람에 대량으로 꽃가루를 날리는 방법은 가성비가 떨어진다.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어 낸 꽃가루를 정확하게 목적한 다른 꽃에 적중시킬 확률을 계산조차 하기 힘들다.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다른 꽃에 자신의 꽃가루를 묻힐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동수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벌, 나비, 나방 등등 이동수단이 최상의 답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 공짜는 없다. 비용을 치뤄야 한다. 때로는 희생을 감수하기도 해야 한다. 피고름 같은 달달한 꿀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꿀을 먹였음에도 이동수단이 꿀만 먹고 꽃가루를 운반하지 않는 경우이다. 또는 목적한 다른 꽃이 아닌 엉뚱한 꽃으로 꽃가루를 운반하는 경우도 있다. 깊은 고민과 노력 끝에도 불확실성은 늘 존재하는 것이고, 노력의 결말이 수포로 돌아오기도 한다. 꿀을 적게 제공할 경우 이동수단이 다시는 찾지 않을수도 있다. 


삶에도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 노력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 결론을 맛보는 것이 삶이다. 그렇다고 노력을 경주하기를 포기할 수도 없다. 시간을 분해해서 사용하고, 원초적인 욕구를 감내하면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꽃가루를 이동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만, 정확도가 원하는만큼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적정수준 이상의 우울함이 밀려온다. 


돈, 권력, 명예, 기타 목표나 계획의 실현. 이런 것들은 꽃으로 치환하면 꽃가루가 적확하게 전달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되는 경우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훨씬하게 더 많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자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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