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해가 바뀌는 것은 감정적, 문화적 측면에서 의미있는 변화이지만, 생물학적, 물리적인 측면에서 크게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나'란 존재가 본질적 의미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뿐더러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만을 경험하게 될 뿐이다.
1년이든 10년이든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해서 과거의 사건을 스캔해 보면 행복하고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이고 나쁜 내용이 더 상기된다. 뇌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정보에 보다 더 강하게 반응하고, 심리적으로도 '부정편향'(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심리적 영향력이 더 강한 경향)이 나쁜 사건과 기억을 더 오래 기억나게 만든다.
지난 1년을 회상해 보면 나쁜 일, 부정적이고 힘들었던 기억과 사건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뇌의 작동방법과 심리적 편향 때문이다. 사실은 기억나지 않을 뿐이지 행복하고 기뻤던 사건과 기억이 분명히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그것이 도통 기억나지 않아 우울하고 좌절하며 패배감에 빠지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삶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는 지속된다. 올해 초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겪은 사람일지라도 하반신 마비라는 사실과 그로인한 감정에만 얽매여 살지는 않는다. 그 사람도 무슨 요리를 할지,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할지, 생일에 누구를 만날지 등 하반신 마비 사실 이외에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나쁘고 불행한 사건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삶을 그것만으로 채워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인간의 강점이다.
마찬가지로 올초 시험에 합격하거나 승진하거나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적응하게 되면 최초 느꼈던 행복감은 상당히 감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사람과 경우에 따라서는 이 시점까지 행복감이 줄어들지 않고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경우는 희박하다.
간과하고 있지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불행하고 나쁜 사건을 겪었든, 행복하고 기쁜 경험을 쌓았든간에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다 보면 양자간에 행복의 크기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이전과 같은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지라도 비슷한 수준의 행복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복권 당첨 이후 행복감은 당첨 이전 수준과 비슷하게 감소되어 가기 때문이다.
한해가 끝나간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된다.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달라지기를 바라는 희망과 각오뿐이다. 다소 어려운 시간을 보낸 이들은 기대치를 낮추고 현실적인 기대치로 새해를, 올한해 예상보다 많은 성과를 거둔 이들은 높은 기대치로 새해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한해를 살다보면 비슷한 크기의 행복감을 가지면서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기억해야 할 점은 부정적인 사건, 나쁜 일 사이사이 웃고 즐거웠던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쁜 일, 나쁜 기억에 가려져 그것이 부각되지 못했을 뿐, 우리의 삶이 시종일관 나쁘고, 부정적인 사건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2018년은 END다. 힘든 기억은 END되고, 희망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성취되고, 그런 사건들이 AND로 연결되는 새해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