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사는 게 고통이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는 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지 않을수 없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이 삶을 가리켜 고통이라고 일반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어사전은 고통이란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을 의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고통은 몸의 고통, 마음의 고통, 두가지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여유를 가질수가 없다. 매사에 짜증이 나고 힘들고 골치가 지끈지끈하다. 일도, 관계도, 목표도 귀찮아지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삶을 놓아버리기까지 한다. 마음에 고통이 생기면 불안하고 슬프고 우울해진다. 나아가 마음의 고통이 심해지면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 고통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고통이나 상관관계가 있다. 어느 쪽에서 발생하든 고통은 괴로움과 아픔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면 위안이 되는 몇가지 사실들이 있다.
고통은 나만 겪는 괴로움과 아픔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통은 죄의 결과에 대한 문책도 아닐 뿐 아니라 불행의 결과물로써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고통은 너나 할 것없이 종류와 크기, 길이를 달리하여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불가피한 삶의 요소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어느 누구도 질병에서 해방될 수 없고, 근심없이 살수는 없다. 고통을 겪게 되면 죄책감이나 자기비하를 할 필요가 없다. 올것이 오는 것이고 때가 되면 물러갈 일인 것이다. 다만, 고통을 겪을 때 지나치게 주관에 빠지지 말고 담대해질 필요가 있을 뿐이다.
고통은 분명한 인식을 제공한다. 고통을 겪게 되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반드시 해야 할 것을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고혈압으로 고통을 겪게 되면 식단을 조절해 짜게 먹지 말아야 하고, 운동을 하는 등 금지와 의무을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의 고통을 겪을 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하고, 사소한 것에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등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전에 없던 실천력이 생기고 몸과 마음에 대해 어느 정도 경건함까지 가지게 된다.
고통은 겸손과 공감을 길러낸다. 오한, 발열로 고생해 보면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어렵다. 지나치게 흘러내리는 콧물과 재채기는 정상적인 대화와 사고를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든다.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불평은 사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든다. 고통을 겪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이전의 시간과 행적을 되짚어 보게 되고, 일정한 후회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계를 깨닫게 되고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아픔과 괴로움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고통은 한층 더 사람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준다.
고통은 면역력의 충전이다. 지난 고통 중 추억이 아닌 것이 없다. 고통은 현재의 괴로움과 아픔일뿐, 지나면 추억이다. 고통은 현재 진행형일 때만 괴롭고 아플 따름이다. 어떤 고통이든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또다른 고통이 다가온다. 전에 없던 크나큰 고통을 겪게 될 경우를 제외하고 다가올 고통은 견딜만해진다. 나이는 거꾸로 먹을수 없기 때문에 고통에 대한 면역과 대처능력이 길러진다.
고통없이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삶은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는다. 고통은 예외없이 살아가는 자에게 다가오는 것이고, 잘못에 대한 책임 때문에 발생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고통을 긍정적으로만 대할 수 없다. 하지만, 고통의 과정과 종결 뒤에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예상 정도는 할 수 있다. 모두가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고통을 대하는 자세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