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세계보건기구가 분류한 질병분류에서 F32는 우울증, F41은 공황장애를 가리킨다. F가 붙으면 정신질환 중 하나이다.
뉴프람, 클로나제팜, 렉사르포, 알르라낙스, 트라조돈....
신경전달물질을 조정해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불안, 우울, 불면, 지나친 긴장, 경련이나 발작 등을 치료하는 약들이다. 의사가 아니어서 정확한 약명이나 효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항우울증 작용,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 수면유도, 긴장과 불안의 완화 등과 같은 효능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하는 약들이다.
영국은 외로움 당담정부기관과 장관이 있고, 호주의 한 주지사 제프 갤럽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공언하고 스스로 주지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이 일로 호주에서는 정신건강 응급처치 센터가 세워졌다. 이런 현상들은 개인의 정신질환, 우울, 외로움, 강박, 불안, 걱정과 화 등의 문제를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우리와 달리 사회적인,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로써 살인, 강간 등 중대한 범죄를 변호하게 되면 무죄가 아닌 이상 변론의 방향은 최대한 감형을 받는 쪽으로 향하게 된다. 범죄자의 책임과 관련해서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인 경우 무죄가 되거나 감형받을 수 있도록 형법에 규정되어 있다. 때문에 피고인의 병적 상태, 즉,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등과 관련해 과거 진료기록 내지 현재 치료내역 등을 정상참작자료로 제출하게 된다.
언론을 통해 심각한 성폭행, 살인,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 때로는 '묻지마 범죄' 등에 있어 심신미약 등에 의해 감경여부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 피해자측과 일반 시민들은 '저런 놈은 감형해 주면 안돼!', '우리 나라 법이 뭐 그 따위야!', '우리나라는 처벌이 너무 약해!' 등 흥분과 분노로 재판과정에서 벌어지는 감경사유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뜨겁게 일어난다.
그런데, 사실 언론이 떠들어대고, 여론이 들끓는 그런 사건들의 비율은 전체 범죄 중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정신질환이 매우 심각한 인격장애와 해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게 된다.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등이 있다고 하면 나를 정신이상자로 보겠지?
정신질환 내지 정신병이 생래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때로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하면 정신이상자로 여기고 공부할 기회나 일할 기회를 잘 부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빈부격차, 양극화, 실업, 저소득, 속도빠른 기술발전과 사회에 대한 부적응, 치열한 경쟁, 개인과 사회의 불화, 참사, 재난 등 개인으로 하여금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도록 하고, 그 결과를 개인책임으로 전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적인 감정상태나 정신상황에 대해 외부로 공개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스펀지가 물을 머금으면 어딘가에는 짜내야 한다
불면의 날들이 이어지고, 불안이 엄습하고, 걱정과 염려로 뇌가 팽팽 돌아가고, 이유없이 우울하고 화와 분노, 짜증이 비온 뒤 죽순처럼 자라나고,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 가족 등 타인이 알 수 없는 내면의 갈등과 고통으로 인해 같은 공간 속에서 철저하게 분리되어 외로움에 빠지게 되는 것은 개인의 문제로만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아픔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들어주고 공감해 주며 누군가는 치유활동을 해 주어야 한다. 많은 국가들이 개인의 감정과 정신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화두로 삼고 공론을 모아 그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노력이 절실하다. 단순히 개인의 성격적 결함, 과로의 문제, '삶은 고통의 연속이니 참고 살아라!', '인생은 고독이고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어!'라고 충고와 평가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너무 억눌러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안 그런 척하면 살아가고 있는 거짓말쟁이들을 햇빛 안으로 끌어들이면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 을 앓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정신병과 정신병질, 증세는 구별되어야 한다. 공황증세, 우울증세가 있다고 해서 정신병, 정신병질의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갱년기가 왔는지 기분 더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야!
술자리에 갔다가 열살 많은 선배가 "가끔 집에서 혼자 와인이나 소주 한두잔 하면 갱년기가 온 건지 기분더러워질 때가 있어!"라는 말을 했다. 속으로 '남자도 갱년기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변호사들 중에도 알코올 의존증 상태인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집계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일 뿐이지, 술 한두잔 마시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자던 시기가 상당기간 있었다.
터 놓고 말할 수 있고, 그것을 충고나 평가가 아닌 공감으로, 모두가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개별 개인, 사회, 국가가 힘을 합쳐 치유와 처치를 하려는 구체적인 노력과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