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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31. 2019

비자발적 고생의 대가 1

일상의 변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오지탐험, 극한직업, 일상적이지 않은 육체적, 정신적 경험 등에 도전하는 것은 '사서' 하는 고생, 의도한 도전이자 경험이니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선택한 고생은 책임이 전적으로 결정권자에게 귀결되는 것이 당연하다.


고생, 고난을 통해 삶의 양분을 축적하고 경험을 쌓고, 미래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예방접종이 주는 고통의 효과처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며 위약(placebo)을 바른다.    

일부 동의, 일부 부동의한다. 고생, 고난, 고통은 가급적 회피하는 것이 행복에 더 가까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고생을 부득이하고 불가피하게 치뤄야 하고, 만약, 그것이 엔딩이 없다면 어쩔 것인가. 그런 경우에도 '사서 하는 고생이 값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산 고생의 값어치!

쓸 돈도 부족한데 고생을 구매하다니, 참으로 비합리적인 소비이다. 고생, 고난, 고통 중 대부분은 구매선택을 하지 않은 것들이고, 다분히 외부적이고 강압적이며 비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들이다.


고생값에 대해 내가 치른 대가는 시간, 에너지, 타인의 무시, 불편, 오기, 열등감 등이 대부분이고, 실낱같은 희망, 최대한 빨리 고생이 끝나기를 바램하는 그런 소원이었다. 물론, 유사한 고생이 오면 견딜만한 체력이 생겼고, 고생이 어느 시점에서 끝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반면, 다소 독선적인 판단력과 고생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느라 몸과 마음을 괴롭힌 결과를 얻었다.  


자발적 선택에 의한 고생은 인내하는데 수월할 수 있을지 모른다. 비자발적이고 선택을 강요당한 고생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삶이란 전체가 문제 덩어리이고, 고난의 무한고개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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