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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10. 2019

상상할 수 없었던 지금의 나

일상의 변론

어릴 적,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낳았듯 나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서 이성을 만나 자식을 낳고, 아버지,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것쯤은 알았다. 애기가 배꼽에서 나오지 않고, 황새가 물어다 주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막연히 어른이 된 모습에 대해 추상적인 예상쯤은 가늠할 수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일들!

인생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듯 아이를 갖고 키우는 일은 계획과는 무관하게 진행된다. 임신해야지, 임신시켜야지 해서 뜻대로 된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 기대와 예상을 벗어나 아이가 생기고, 그렇게 부모가 된다. 


태몽이나 징조와 다른 성별의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생김새를 가지고 태어날 아기를 상상해 보기도 하지만, 예상에 맞기 보다는 낯설은 존재 하나가 지극히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을 숙명처럼 수용해야 한다. 


상상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봉사하는 것이 수고와 노력, 의지를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경우는 부모가 자식에 대한 관계일 뿐일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되면서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인 욕구와 충동을 억제할 줄 알게 되었다. 


총각 시절, 불의를 보면 참지 못 했지만, 이득이 되면 불의를 간과해 버리고 참는다. 좋고 나쁨으로 평가할 수 없다.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나의 자존감이나 개인적인 가치쯤은 잠시, 아니면 영구적으로 묻어버려도 괜찮다는 생각을 몸소 실천한다. 


게다가 나에 대한 투자, 옷을 사거나 취미생활에 대한 소비, 학비 등에 대한 지출에는 머뭇거리지만, 아이들에 대한 투자는 서슴없다.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이 어릴 적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사실 퇴근해서 아이들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지는 않는다!

무거운 어깨, 축쳐진 어깨로 발걸음을 이끌어서 퇴근해서 아이들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물론,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인생의 무게가 가벼워 지지는 않는다. 


나의 꿈, 희망, 이상이 아이들에 대한 부양문제로 포기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의 전반을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 남은 에너지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그 무엇인가는 자기계발, 자기개발 뭐 그런 것들이다. 


나는 나의 욕구, 충동, 도발, 흥분 등에 자유로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 할만큼 잘 참아내고 있다. 그런 것들이 있었는지 조차 잊고 살 때도 많다. 지금의 나는 어릴적 상상하지 못 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과반수가 동의한다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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