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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17. 2019

연애

일상의 변론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감정, 그러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연애가 일방적, 편면적일 때 전체적인 행복과 만족의 분량에 있어서 1/2에 불과하게 된다. 연애는 상호 피드백이 되는 상황에서 그 대상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인과관계없는 돌연하고 충동적인 사건이지만, 상호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실패하게 되면 세상에 둘도 없는 고통으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율배반적인 사건이다.


연애감정에 충전되어 있을 때, 그것이 사람이나 물건이나 어떠한 대상이든간에 사람을 흥분시키고, 다른 모든 욕구와 가치적 순위를 후순위로 밀어내게 만든다. 연애감정의 충족을 위해 시간, 에너지, 다른 가치적 요소를 포기하더라도 그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행위이고, 성숙적 징표로 삼는다.


연애의 맹점은 지속효과가 짧다는 데에 있다. 우직한 성격의 소유자에게는 다소 길게 연애감정이 지속될 수 있겠으나, 대부분 연애감정이란 것은 마른 장작의 불처럼 활짝 타오르다가 숯으로 변한다. 연애감정의 실패나 충족, 그 어떤 경로든 결과는 허무로 귀결된다. 충만감 끝에 허탈감이거나 더이상 자극적이지 않은 평행적 직선그래프 상태로 변한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와 변이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은 어울리지 않는다. 감정과 논리, 이성과 직관은 접점이 없는 개념이다. 누군가 연애를 하고 있거나 연애상황에 있을 때, 타인, 외부세계에 대한 감각적 수용이나 인지적 관찰능력은 매우 둔감해진다. 연애감정이란 본래 올인을 선택하게 만드는 묘한 추동력을 가지고 있다.


뒷감당을 고려하지 말도록 무심하게 합리적 추론과 이성적 판단을 둔감하게 하는 연애감정은 참으로 격동적이고, 창밖의 소낙비와 같다.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플랜 B, C 등은 없다. 오직 A를 실천적 행동목표로 삼게 만든다.


연애의 성공적 결론은 무엇일까. 그리고, 실패적 고통은 어떤 교훈을 남길까. 연애는 삶의 실재적 감각본능을 소름돋듯 일깨운다. 하지만, 그 결론적 종착역이 예상하던 곳일지, 전혀 낯선 곳일지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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