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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20. 2019

은행은 망해도 싸다 #1

실무에세이

지금은 그러하지 않지만 은행하면 선뜻 떠오르는 사고의 편린은, 축적과 이자이다. 어릴 적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안전보관을 위한 최상의 조치였고, 방구들 장판 밑이나 할머니의 속옷 주머니 속보다는 분명히 안전하다고 믿었다. 게다가 은행이 돈을 굴려서 이자를 주기 때문에 콩나물 시루에 콩을 심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 은행의 존재가치를 믿었다.


하지만, 현재 나는 저축의 역설도 알고 있고, 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를 이분적으로 명확히 구분해서 차별대우한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실감한다. 같은 돈에 대한 평가를 이중잣대로 하는데, 은행은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에 대해 많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은행의 폐해는 장점만큼이나 많은데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기술하기로 하고, 은행이 망해도 그 책임을 달게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만 에세이적으로 술하기로 한다. 나는 경제학도도 아니고, 금융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신뢰와 불신을 선택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 한다. 단지, 은행이 망해도 된다는 결론에 '좋아요'만 구할 뿐이다.


은행의 본질

은행의 본질은 화폐의 유통, 보관, 구매력 증가를 위한 기업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이자의 증식에 있다. 은행은 사실 아무 제품도 생산하지 않고, 본질적인 노동이나 서비스 제공활동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은행원들이 창구에서 하는 일이나 청원경찰이 보초를 서는 일은 경제적 생산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은행은 오로지 이자증식에만 관심이 있고, 더 많은 이자를 거둬 들일 수 있는 대출자를 찾는다. 물론, 막대한 규모의 액수를 예치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지만, 대출이자가 더 높기 때문에 많은 대출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가진 대상을 선호한다.


은행이 부담해야 할 위험프리미엄!

지극히 범위를 좁혀서 기업이나 사업자가 초기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은 나름의 거름종이를 이용해 대출여부를 심사한다. 하지만, 은행은 예금, 대출, 펀드, 보험 등 여러 분야와 품목에 의해 해당 지점, 해당 직원의 평가를 매기고 있기 때문에 초기 대출은 매우 느슨한 편이다. 오히려 대출받으라고 광고와 홍보를 하기도 한다.


은행을 제발로 찾아온 채무자나 홍보로 유치된 채무자에 대해 초반 서비스는 매우 관대하다. 기업이나 사업자나 초기 창업비용은 타인자본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은행의 선처는 매우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채무자가 은행의 예상과 달리 행동할 때인데, 이자가 제때 들어오지 않고, 원금도 제때 들어오지 않는 경우, 이자는 꼬박꼬박 잘 들어오지만, 원금에 대해 유예를 해 주어야 할 때, 채무자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은행은 최초 채무자에 대해 돈을 빌려주면서 나름의 필터링을 통해 상환능력, 미래의 구매력을 평가하였을 것이고, 담보나 보증을 제공받지 않는 한, 신용이라고 하는 허구적인 개념에 의해 채무자에게 돈을 주었다. 그런데, 채무자가 그 돈을 제때 돌려주지 않거나 영원히 돌려 줄 수 없다고 해서 채무자에게만 전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지 의문이다.


은행은 담보나 보증이 없이 돈을 빌려 줄 때, 미회수 위험에 대해 자가적 판단 끝에 그런 행위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고발생(지급불능)에 대해 일정한 위험부담을 져야 한다. 담보나 보증은 본질적인 은행의 여신행위는 아니다. 은행은 채무자(기업이나 사업자)의 장래 가치를 평가해 돈을 지급하는 것에 본질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덕적 해이에 젖어 있는 채무자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채무자도 있다. 하지만, 은행은 이를 구별하지 않고 채무자를 죄인취급하는데 서슴하지 않는다. 은행은 이 때문에 망해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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