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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05. 2019

대한민국의 현재 위치

일상의 변론

호랑이(범)는 코끼리를 무서워 하고, 코끼리는 쥐를 무서워하고,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고양이는 개를 무서워하고, 개는 호랑이를 무서워하여 다섯 마리의 짐승이 서로 눈치만 보는 형국을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이라고 한다. 풍수적으로 좋은 입지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풍수를 모르니 그렇다고 믿는다. 다만, 한마리라도 균형을 깰 경우, 다른 짐승도 위험에 처하게 되고, 위험에 처한 짐승은 연쇄적으로 이 대치국면과 균형을 파열시키는데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내공이 약한 나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고, 원자재가 부족하니 외부와의 유통없이는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까지 오수부동격의 한 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한계 때문에 역사가 고단했고, 삶이 고달팠다. 이제는 스스로 균형을 깨려고 하는데, 과연 내공이 십성공력쯤 되었는지 의문이다.


국민이 깨달아야 할 진실을 알려주는 진정한 지식인의 부재!

1) 한신은 가랭이 사이를 기었고, 2) 유방은 항우에게 잡힌 아버지를 삶아 죽이겠으니 항복하라고 했을 때, 그 국물 한 사발을 달라며 항우에게 응전하지 않았다. 3) 유비는 조조에게 감금되어 있을 때, 술자리에서 천둥번개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척 하면서 그릇의 크기가 못내 작다는 것을 보여줘 조조의 경계심에서 벗어났다. 4) 징기스칸은 마누라를 적에게 빼앗겨 적의 아이를 임신한 마누라를 다시 맞이해야 하는 치욕을 참았다. 5) 풍신수길은 오다 노부가나를 이길 수 있기 전에 오다노부 가나의 신발을 겨드랑이에 끼고 댑혀 주며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준 후 배신했다. 기타 등등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상대를 확실하게 이길 수 없다면 최대한 움크리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순간의 굴욕은 후일의 승리를 위해 참아야 할 예방주사이다.


우리, 나, 너, 그들. 대한민국 국민들은 뉴스만 보고 들을 것이 아니라 참되고 참된 불편한 소리를 찾아 귀담아 듣고 분석의 사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외국의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라기 보다 사회주의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식도 만연할 뿐 아니라, 약속을 어기는 지도자가 편면적으로 통치하는 국가, 쥐뿔도 없으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변방의 나라, 일본을 확실하게 꺾을 수도 없으면서 불이익과 불안을 국민의 단결로 정치적 호도를 하는 나라. 경제성장은 커녕 현재적 경제, 향후의 먹거리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정치적 실패, 철지난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우며 실리란 실리는 모조리 상실하고 있는 형국에 처해 있다.


유니클로 한 벌 사지 않고, 일본 관광 한 번 가지 않는다고 해서 일본의 군함을 침몰시킬 힘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실험과 실패를 경험하고, 보다 나은 실리적 외교와 경제적 발전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여러 실패를 쇼로 몰아가는 그의 선택과 행보를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정권을 비난하면 자유한국당과 같은 충이고, 이번 정권에 동참하면 애국자라는 이분법적 판단을 가지게끔 하는 것이 이번 정권이 하는 일이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따위는 과감히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도층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뭣이 중한디. 자주, 민족, 정체. 등등 그런 것보다 편한 저녁과 내일이 중요할 뿐이다. 평범한 국민들에게 있어서는. 아니라면 보다 발전적이고 지적 의식이 높은 사람인가보다. 나는 국민이 정치 따위에, 지도자가 하는 일 따위에 동참해 달라고 하는 지도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가치없이 들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세계 강국들의 정상들이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보고 있거나 무관심하게 보고 있거나 우리 지도부를 기괴한 사람들도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를 알길이 없다. 언로를 그만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많고 보수라고 욕먹는 사람들, 그리고, 한 시대를 이끌어 왔던 부모세대들은 달러를 사 모으는데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세계적 입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올림픽, 월드컵 등 자극적 행사를 개최해서 선진국의 행태를 성실하게 답습하였으나, 적어도 우리나라는 아직은 샘플이다. 강대국에게 협조할 때 이만큼 살 수 있다는 샘플이다.


불편한 소리를 해 주는 사람들이 없다. 그리고, 불편한 소리를 하면 꼰대이거나 자유한국당에 동조하거나 시대착오적인 보수로 치부된다. 옳지 않다. 바른 소리를 알려 주는 언로가 개방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올바른 정보에 의해 개별적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짜여진 공연장의 초대손님으로 국민들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최전방이 아닌 지가 오랜지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왔다.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모르는 척하는 것은 우리 지도자들 뿐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다.


우리 국민들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정말 일본이나 중국만큼 미국에게, 러시아에게 EU에게 의미있는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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