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1 무심한 경상도 출신 아버지라 아이의 책가방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이의 유치원 등, 하원의 임무는 아내나 할머니의 몫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책가방을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책가방을 메고 유치원을 다니는 모습이 마냥 귀여울 따름이었고, 유치원을 다녀본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아이가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유치원갈 준비를 하지 않거나 가기 싫다는 태도를 보일 때, 숙제를 하기 싫어하며 딴청을 부릴 때는 엄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그러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자주 한 듯 했다.
오늘 문득 아이의 유치원 책가방을 들어서 직접 아이의 어깨에 둘러 메어 줘 보니 상당히 무겁다는 생각을 했고, 아이가 측은하기까지 했다.
사교육이 과열되어 있고, 10세 전에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가 정해진다는 말까지 돌고 있는 형편이니 남들처럼은 아니어도 아이가 낙오되지는 않도록 구색은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정도는 나도 안다.
하지만, '키가 안 크면 어쩌지'할 정도로 유치원 가방이라는 것의 무게가 상당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2 점점 더 무거워질 우리 아이들의 어깨
아이가 자라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 그 어깨에 가중되는 무게는 더 증가할 것이다. 물론, 사물함이 있어 무게가 분산될 수는 있겠지만, 무게의 절대적 수치는 넓어진 어깨만큼이나 증가할 것이 명백하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이 주는 무게, 삶이 주는 무게까지 더 해지면 아이의 어깨에 하중되는 무게는 무게의 양뿐만 아니라 종류와 질도 증가할 것이다.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가 견뎌야 할 무게가 애처로운 것일까.
인생이란, 무거운 봇짐을 메고 묵묵히 걸어가는 과정일 뿐
#3 인생은 무거운 봇짐을 메고 묵묵히 걸어가는 것
인생이란, 무거운 봇짐을 메고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가끔 주저앉아 쉴 때도 있고, 흘린 물건이 있어 뒤로 살짝 물러날 수도 있으며, 경쟁에 패배하고 실패를 경험해서 봇짐을 살짝 들어 어깨 혈액 순환을 도울 수는 있어도 그 봇짐을 버릴 수는 없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하지도 않았고, 이런 삶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는 부모가 준 선택적 삶을 요구당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 이르면 아이가 직접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직접 부담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는 누구도 도와 줄 수 없고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해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가장 외로운 시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절대적 고독은 그런 고민의 시간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아이에게 인생은 참 살만 한 것이고, 살아낼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살아보니 참 힘든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절감하면 아이가 느낄 인생의 무게는 나와 달리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런지는 아무도 모르고, 오직 그 아이만이 느낄 수 있는 문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든 아이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다.
아이야! 힘 내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