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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Sep 16. 2019

실태를 모르는 무늬만 전문가

일상의 변론

필드와 컨트롤 타워가 원활하게 소통하고 필드의 현실을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인식해야 전쟁, 사업, 일 따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전과 이론은 엄연히 구별되는 것이며 이론은 실제와 맞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류 전문가라고 해서 회를 잘 써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실제 인터넷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며, 기지국은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얼마를 설치해야 하며, 그 비용은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 무지하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잔뼈가 굵어진 인사에 대해 감히 어떠한 조언을 내기가 어렵다. 그 사람만큼 그 쪽 분야의 실태를 이해하고 실감하지 못 하며 허울좋은 이론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론에 밝은 사람은 전쟁, 사업, 일 따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론이 실제와 접목되면 보다 나은 상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론가의 생각이고, 현실을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이 떠들어 댄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드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 차이를 좁힐 수만 있다면, 나아가 일치시킬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겠는가. 



그것이 실현, 실천되기 어렵고 저항을 깨 부시고, 이론의 허구성을 적정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세상은 어제보다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통 시민으로써 감히 생각해 본다. 


개혁은 누구도 이룰 수 없다. 다만, 점진적이 개선만이 있을 뿐인줄로 안다. 순응이 전부이면 개혁이 가능하겠지만 이 또한 이론에 불과하다. 저항은 무슨 일을 꾸며도 발생한다. 그만큼 인간은 다채로우며 통합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예수도, 공자도, 석가도 사람들의 생각을 통일적으로, 제도를 단일적으로 하는데 실패했고,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도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주장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앉아서 책이나 써야 옳다.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으며, 실제 현실과 시장, 보통 사람의 삶의 전장에서 일어나는 고통과 분노를 이론에 밝은 자들이 어찌 어루만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드 메뉴얼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는, 아마 이러한 연유 때문이 아닐까. 깊어가는 가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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