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1994. 7. 30. 정지영 감독, 최민수, 독고영재 등이 출연한 영화이다.
# 줄거리
임병석(최민수)은 각종 영화서적을 섭렵하고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정통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고교친구들과 황야의 7인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영화모임을 주도한다. 헐리우드 배우 946명의 출석부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의 이면에 숨어있는 스토리까지 엮어내는 등 천재성을 보여준다.
자신의 누나가 음란한 춤을 추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관망할 정도로 자신이 속한 현실과 영화속 현실을 구분하지 못 하는 병석은 성장이 영화 속에서 멈추어 버린다.
병석의 친구 윤명길(독고영재)은 병석의 기이하고도 천재적인 모습에 매료되어 영화에 눈을 뜨게 되고 병석의 영화제작비를 몰래 조달하기도 하고, 병석의 방대한 영화지식을 질투하여 그의 자료들을 훔치기도 한다.
여자친구를 병석에게 빼앗기는 상황도 맞이하고, 병석의 누나를 통해 성에 눈을 뜨기도 하지만, 적당히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 그는, 병석이 너무 영화속 세계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 염려를 한다.
성년이 된 병석과 명길. 명길은 충무로의 2류 감독으로 활동하고, 소식이 끊긴 병석에 대해서는 미국에 간 누나의 초청장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병석의 소식에 접하게 되는데, 화재발생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는 구하지 않고 영화 시나리오만 가지고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둘은 조우를 하는데, 실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병석은 시나리오를 명길에게 준다.
그 시나리오는 병석이 평생동안 고쳐 쓴 완벽한 구조의 세련되고 치밀한 대사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이를 통해 영화가 제작된다. 하지만, 그 영화는 병석이 모자이크처럼 완벽하게 짜집기한 것으로 명길은 이것을 후일 알게 된다.
# 너무 많은 지식은 독창성을 잃게 할 수 있다
한 때 닌텐도 게임, 고스톱, 독서를 두고 세 부류로 실험군을 나누어 각각의 활동동안 뇌의 활성도를 실험한 적이 있었다. 3위는 닌텐도, 2위는 고스톱, 1위는 독서로 결과가 집계되었다. 독서가 가장 뇌의 활성을 활발하게 하는 정신적 작용이라는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책을 통해서 우리는 작가의 삶과 사상, 감정을 간접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일정 부분은 자신의 사상과 감정으로 변화, 전화된다.
그런데,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쓸 경우, 해당 분량 중 독창적이고 주관적이며 개성적인 부분은 얼마의 포션을 차지할까.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영화에서 최민수는 어린 시절부터 매료된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영화나 배경지식이 없을 정도로 해박한 영화상식을 보유한 인물이다. 자기가 담고 있는 영화적 지식을 통해 다시없는 명품 시나리오를 작성하고자 평생을 고치고, 퇴고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그가 만들어 낸 시나리오는 헐리우드 영화의 각 명장면 내지 한 장면 속에서 연출된 대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준의 시나리오에 불과했다.
우리는 대화나 글을 쓸 때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인용한다. 의도적으로 이 부분은 독창성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양심적인 것이다. 그러나, 인용하면서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하고, 마치 자신의 생각인양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이 스스로를 삼킨 경우이다.
의도적으로 인용하면서 의도적으로 인용하였음을 숨기는 것은 표절이고 모방이다. 비양심적이다. 심각할 경우,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이 읽는 것은 사고의 폭을, 경험의 경계를 넓혀 주기 때문에 이보다 더 한 정신적 경험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독서의 결과물을 자신의 생각 체계에 맞추어 다시 곱씹는 작용을 생략하게 되면 수동적 지식의 전달과 수용에 불과한 것이 된다.
왜, 다상량을 하라고 선인들이 말했겠는가. 그만큼 다독도 중요한 것이지만, 자신의 주관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고, 조심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 독서후 생각을 해야 한다
비판적인 입장없이 책이, 작가가 전달하는 내용을 암기하게 되면, 그 지식이 뇌기저에 남아있다가 언젠가는 표출될 것이고, 그것은 새김질이 생략된 정보와 지식이기 때문에 마치 자신의 사고의 편린처럼 인식되기 쉽다.
따라서, 독서를 다다하게 하되, 그만큼 비판적 사고도 다다하게 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기보를 많이 외우고 있으면, 패할 확률은 감소시킬 수 있어도 독창적인 바둑을 둘 확률 또한 감소하게 된다.
반드시 자신의 생각과 책이 전달하는 사상과 지식,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상과 지식을 구별하는 작업을, 힘이 들더라도 수행해야 하고 자신만의 사고체계로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독서가 사고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독창성을 풍부하게 배양하지는 못 하는 듯 하므로 독서와 독창성과의 관계는 그리 크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