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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Nov 17. 2019

나이란 무엇인가

일상의 변론

나이, 연령은 무에서 유로 그리고 무로 돌아갈 우리의 인생의 시점과 중도지점, 그리고, 종점의 척도이다. 나이는 순위의 매김이고, 선배, 후배, 그리고 동년배로 차등과 동등이 평가된다. 그런데 우스운 일이 침범하는 것이 나이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지배적이었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다는 사실에 돌입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잔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은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면 자유와 더불어 비례하는 책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어릴 적에는 나이가 더 들어보이고 싶어하고, 허위로 나이가 들었음을 가장하기도 한다.


20대. 30대. 그런 시절에는 나이에 대해 초연하다. 대체로. 왜냐하면 시점과 종점 사이에서 내가, 우리가 어느 시점을 통과하고 있는지에 대해 가늠할 겨를이 없기도 하고, 그저 큰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시기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에 적응하고, 어른다워지고, 책임이라는 개념을 습득하는데 전념하느라 삶을 돌아볼, 삶을 돌아본다는 측면은 철학적이면서 관조적인 의미에서 반추의 성숙도도 떨어지고, 삶의 의미를 정립할 수도 없는 시기이다.


그런데, 나이가 40을 지나 50. 그리고, 그 이상이 되면 물리적이고 자연적인 나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좀더 젊어지려고 온갖 노력을 한다. 운동도 하고, 염색을 하기도 하면서 좀더 젊어 보이려고 애를 쓴다. 분명 어릴적 숨가쁘게 어른이 되고자 했던 심리상태와는 상반된 태도이다. 누군가 동안이세요. 실제 나이에 비하면 말이죠. 이런 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생일케이크에는 나이가 들수록 초가 많지 않다. 이상한 일이다. 60세이면 60개의 초가 케이크에 직립상태여야 함에도 초는 장초가 6개, 그리고 단초가 몇개이기 때문에 어릴 때, 초가 수북하게 케이크에 골을 만들던 시절과 비교해 볼 때 단촐하다.


나이란 무엇인가. 나이는 성장의 척도인가. 아니면 죽음에 다다른 남은 시간의 단축의 척도인가. 나이가 많은 척 하다가 나이가 적은 척 하는 것이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나는 늙어간다. 그리고, 누구나 늙어간다. 하지만, 아무도 어제보다 오늘이, 내일이 젊을 수는 없다. 나이는 명백하게 그 양이 증가한다.


밴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만, 그것은 영화일 뿐이다. 허구이다. 나이가 증가하는 것은 현실이고 명백한 진실이다. 나이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는 어느 순간, 일원적으로 변한다. 그저 더 젊어 보이기를, 그리고, 나이가 가져다 주는 여러 불편함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램한다.


술, 담배를 사기 위해 나이를 속이던 시절, 이제는 술, 담배를 사서는 안되는 나이가 된다는 것에 삶의 서글픔과 나이에 대한 우리의 변화된 시선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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