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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Dec 02. 2019

석유곤로

일상의 변론

석유곤로는 석유로 난방, 음식조리 등을 하는 가열기구의 일종이다. 석유곤로는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면 연식이 오래 된 사람(나이가 많은 사람), 그리고, 생활형편이 그리 녹녹하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릴 적 가난했기 때문에 석유곤로가 유일한 조리가열기구이던 집에 세를 들어 살던 시절이 있었다. 석유곤로는 석유(가솔린-경유-등유-아스팔트 식으로 원유는 가열온도에 따라 기름이 분류된다), 석유는 등유이다. 


석유는 가솔린(휘발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서민들이 많이 사용했다. 음식도 하고, 목욕물에 데울 수 있었다. 

석유곤로는 석유를 넣는 주입구에 석유를 채우고 심지라고 하는 부분에 성냥불, 라이터불을 이용해 불을 댕긴다. 그리고, 불의 세기를 조절해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이거나 물을 끓일 수 있다. 그런데, 그으름이 날린다. 냄새도 심하다. 특히, 단칸방 살이 인생들에게 '환기'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 젊은 세대나 우리 아이들은 연탄도 모를 뿐 아니라 석유곤로는 도대체가 그 기능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우리,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들은 석유 냄새를 맡으면서 살았다. 지금은 난방 스위치만 'on'하면 되고, 가스레인지나 인버터의 스위치만 켜면 된다. 커피포트는 순식간에 물을 펄펄 끓게 만든다. 가난과 고난, 그리고, 개발도상국 이전, 그리고, 그 과정을 겪지 않은 세대들은 삶의 불편함을 추론할 수도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은 불만이 많다. 그리고, 독립적이기 보다는 의존적이다. 게다가 부모세대들도 아쉬움이라는 개념을 다음 세대에게 훈육하지 못 했다. '밥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흔한 말처럼 절대적인 빈곤과 결핍을 경험하지 못 하면 그것을 실감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래층에서 탄내가 올라오길래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혹시 화재사고가 날까 해서였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태운 아래층에서 풍기는 냄새가 마치 예전의 석유곤로에서 풍기던 쿰쿰한 냄새를 연상시킨다. 


시끄럽고 예민하며 소모적인 시절을 지나고 있다. 우리보다 똑똑한 사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싸워댄다. 배려, 관대, 경청, 존중 등은 보통 사람들이나 실천하는 것이고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은 뻣대기, 정치적 다이어트, 상호비난과 폄하로 국력을 낭비하고 시간을 낭비한다. 


석유곤로가 타고 있는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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