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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Dec 19. 2019

재판 X랄같이 하는 변호사 #4 전문성의 결여

일상의 변론

병원, 특히 성형외과에 가면 코디라고 불리는 사람을 첫 대면하게 된다. 코디는 척척 견적을 뽑아댄다. 그리고, 슬그머니 진료실로 안내하면서 견적내용과 상담내용이 적힌 차트 판대기를 의사에게 내밀고, 몇마디 나눈뒤 수술날짜를 정한다. 결제는 현금으로 하면 더 싸다는 말을 반드시 빼먹지 않는다. 


변호사 수가 증가하고, 날로 사건유치와 관련해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 유튜브 촬영까지 시작했다. 그래야 한다고 직원들이 말해서 유튜브를 찍고 있다. 물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또한 시간날 때마다 한다. 하지만, 파워블로그에게 돈을 주고 광고를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순위 올려드릴테니 한 달에 ~~원을 주시면 노출시켜 드리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취득하기 위한 정도나 규칙은 없다. 위법하지 않으면 된다. 광고에 게시된 것만큼 100% 성공을 한 것인지는 확인해야 봐야 할 문제이지만, 과장광고라고 해서 허위광고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깨너머로 배운 성형수술, 또는 일정한 돈을 주고 사건을 진행하면서 배운 재판방법, 돈이 된다고 하면 일단 환자를 들이고, 사건을 받는다. "하면서 배운다"는 식이다. 그리고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취합해서 마치 자신의 지식인양 고객에게 설명한다. 두렵지 않다. 포털 1면에 노출되는 업체, 병원, 변호사의 게시물에 대한 막연한 신뢰 때문에 뭣도 모르는 전문직들은 고객에게 자신있게 말한다. 


부작용! 사건의 실패! 고스란한 피해자는 고객일 뿐!

피부가 상하거나 쌍꺼풀 붓기가 빠지지 않거나 피부 박피가 심하게 되어 화상을 입었거나 사건이 꼬이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돈 쓰고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한 귀속은 모두 고객에게 돌아간다. 


섣부른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음 번에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교훈을 쌓았다. 하지만, 그 고객은 눈이 퉁퉁 부었거나 피부가 검게 변색되었거나 패소했거나 회생에 성공하지 못 했다. 그리고, 답답한 것은 고객 자신이기 때문에 일말의 속았다는 생각과 아울러 사태의 수습을 위해 진정한 전문가를 찾기 위한 노력을 뒤늦게 하게 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기회는 수차례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양심없는 무늬만 전문직들이 고객을 속이는 일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어서 피해의 속출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다.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은 발전적 상황을 만들기 보다 속고 속이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화장을 하는 이유는 본래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는데, 더 잘보이기 위해서이거나 얼굴에 잡티를 감추기 위함이다. 


지난 주에도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서 사건을 진행하다가 변호사가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자 스스로 검색을 해서 나한테 그 고객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 무슨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그 의뢰인의 사건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며, 그 변호사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적절한 거짓말은 통용된다. "이렇게 팔아서는 남는게 없어요".는 분명 거짓말이지만, 소비자가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거짓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만연해지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지나친 경쟁 구도로 몰아간 정책 때문이다. 


진정한 엘리트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고안을 위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도록 해 주어야 이 사회는 발전한다. 나는 엘리트 지향주의자는 아니다. 엘리트들의 배경과 교만이 싫기는 하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들은 하지 못 하는 일들을 그들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두가 경쟁에 몰두하고 있으니 일반 새우들은 등터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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