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고 득될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말수가 많은 사람은 체력도 어찌나 좋은지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수다스러움. 그런 유형의 사람은 상황과 주제, 대상과 시기에 적절한지 여부에 관계없이 주둥이가 움직이는데로 발화한다. 발화는 언어가 타인의 청각에 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언어학적인 의미이다.
수다스러운 인간의 수다는 쓸데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듣고 있자니 유익하지 않고, 말을 끊자니 내 말발이 그의 수준에 미치지 못 하기 때문에 그 요란한 입놀림을 제압하지 못 한다. 수다는 쓸모없는 말을 발화하는 것이다.
수다스러운 인간이 가끔은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를 제하고는 수다는 듣고 싶은 화두, 화제가 아닌 과녁을 향해 마구 쏘아대는 무수한 화살과 같다. 더 큰 문제는 그 수다의 내용이 A에 관한 사항을 B 이외 기타 사람들에게 옮기는 경우이다.
공연히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은 타인의 약점, 비밀을 공유하거나 험담하는데 동참하는 것만큼 유대감을 촉발시킬 수 있는 요인이 쉽사리 연상되지 않는다. 수다쟁이는 기피대상이지만 일정한 상황에서는 필요하기도 하다. 차마 내 입으로 꺼내기 어려운 타인의 단점을 쉽게 대위해서 떠들어대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말이 많으면 실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말이 발화된 분량만큼 그 화자가 내실있는 사람이 아닐 경우가 많고, 그 발화내용이 근거가 미약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수다쟁이는 타인의 얘기를 들어주기보다는 듣고 싶지도, 소용도 없는 얘기를 지침없이 떠들어대기 때문에 피곤으로 몰아간다.
우리는 수다쟁이를 기피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언젠가 '나'를 수다의 자루에 넣었다가 한꺼번에 '나'의 부재시에 마음껏 풀어내고 '나'가 없는 자리에서 안주거리, 씹을 거리가 되도록 만들 수 있는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말, 남의 사연, 남의 비밀, 남의 약점을 바이러스처럼 전파하는 수다쟁이, 대화의 장을 자신에게 집중되도록 하기 위해 첨가제를 더하는 수다쟁이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