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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 둘째 아이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1 둘째 아이의 탄생과 첫째 아이의 불만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터울이 4년차가 난다. 둘째 아이를 바라보는 첫째 아이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부모가 보지 않는 사이에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를 꼬집기도 하고, 찰싹 때리기도 한다. 부모는 첫째 아이를 나무란다. “그러면, 안 돼”.


왜 첫째 아이는 둘째 아이를 괴롭힐까?


첫째 아이는 First Child로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이모, 삼촌, 고모 등으로부터 온갖 축사와 관심을 받으면서 자란다. 사랑과 관심, 애정의 독점이 발생한다.


둘째는 오빠가 좋은데, 첫째는 둘째가 눈엣 가시다


#2 첫째 아이의 사랑의 독점이 종결되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탄생하는 순간,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이모, 삼촌, 고모의 관심과 사랑은 어쩔수없이 둘째 아이에게 배분된다. 첫째 아이가 100%에서 그 이하의 포션으로 사랑의 독점권을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첫째 아이만 고독하게 있었다면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오로지였을 것이지만, 둘째 아이보다 첫째 아이를 더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둘째 아이에 대한 양육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이기 때문에 첫째 아이에 대한 물리적 시간의 할당과 노력의 배분은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엄마가 둘째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을 첫째 아이가 지켜보게 되면, 첫째 아이의 분노와 질투는, 아내가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분노와 질투를 느낀다고 한다.


첫정이 무섭다고 사실 부모의 관심과 애정은 첫째 아이에게 더 쏠려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모가 의식적으로 첫째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둘째 아이의 존재 자체로 첫째 아이가 누렸던 것들은 절대적 측면에서 감소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는 첫째 아이에 대해 의리를 지키려고 애쓰지만,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에 대한 적개심에서 비롯된 고문을 가한다면 그 아이에게 돌아가는 것은 꾸지람뿐이다. 첫째 아이는 아마도 부모가 변했다고 느낄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똑같이 소중한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3 부모의 모든 행동은 오해의 소지일 뿐이다


둘째 아이에게 들리지 않도록 첫째 아이에게 “둘째보다 너를 더 사랑한단다, 쉿, 말하면 안 돼!”라고 하더라도 첫째 아이는 서운함이 가시지 않는다.


첫째 아이는 둘째 아이의 존재로 성장이 한시적으로 퇴보한다. 갑자기 손가락을 빨기도 하고, 혀짧은 말을 하기도 하고, 혼자 잘 먹던 밥도 먹여 달라고 하고, 귀찮아 하던 포옹도 제 스스로 하기도 한다.


첫째 아이의 심적 괴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임을 알지만, 첫째 아이가 사실은 더 애처롭다. 떡애기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둘째를 첫째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닌데도 부모의 행동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모든 행동은 첫째 아이로 하여금 모두가 오해의 소지이다. 첫째 아이의 상실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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