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공감능력 기르기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초등학교 시절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서 지하실에서 산 적이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비닐장판 아래서 물이 스멀스멀 올라와 걸레로 닦아 대야에 짜내고, 그러면서 어머니와 밤을 지샌 적이 있다. 지하는 햇볕이 들지 않아 꿉꿉하고, 퀴퀴한 냄새가 난다. 옷가지에도 곰팡이도 슬고, 독특한 냄새가 베어 있다. 밤새 바닥 밑으로 올라오는 물을 짜내고 학교에 가면 한참을 졸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기생충'을 보기 싫은 이유라고 밝힌 적이 있다. 아련한 추억이 아니라 되새기고 싶지 않은 기억이 영화를 통해 되살아날까 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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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 경험을 설명해도 실감하지 못 할 것이다. 공감이란 유사한 수준의 실감을 통해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에 나선 장수는 겨울에 혼자 따뜻한 옷을 입어서는 안되고, 여름에 혼자 부채를 들어서도 안되며 비가 내리더라도 혼자 우산을 받쳐서는 안되고, 병사들이 밥을 먹기 전에 먼저 수저를 들어서도 안되고, 행군으로 병사들이 지쳤을 때 말에서 내려 함께 걸어야 한다" -육도삼략 중에서

여러 페이지에 걸쳐 있는 이야기를 압축한 것이다. 가난, 고통, 질병, 괴로움, 수고로움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본질적 괴로움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언론을 통해 보면 '공감능력'이 떨어지네, 마네라는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참된 지도자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참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공감능력은 독서를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고, 청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몸소 국민들의 고단함을 함께 하고, 괴로움을 함께 하며, 수고로움을 함께 해야 한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지도자들이 많은 이유는 국민들의 실생활을 겪어 본 사람이 드물고, 대부분 재산이 넉넉하여 정치를 노후에 양명으로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불편한 것들, 가난은 물론, 질병, 괴로움, 먹고 사는 것 자체의 고단함과 수고로움을 함께 경험하여 이를 헤쳐나가고자 하는 생각은 실재하지 않으면서 말로써 국민을 위한, 용어도 이상하다.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민생' 어디서 생겨난 말일까.


공감하지 못 하면서 공감하는 척 하니 정치는 산으로 가고, 돈은 저 아래로 흐르지 못 하여 윗선 어딘가에서 '꿀꺽'거려 버리고 사라진다. 함께 하는 지도자만이 고단한 국민들의 실상을 알진대, 그러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으니 내심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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