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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빚투에 대한 소견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집사람이 2020.초부터 개포동에 있는 아파트를 사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재건축 호재가 남은 마지막 지역이란다. 부동산중개업자의 말이. 단호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거절했다. 개포동 아파트를 사자면 대출도 받아야 하고(그 때는 대출규제가 심하지 않았음), 신용대출도 받아야 하는데 아무리 저금리라고 하더라도 재건축되어서 입주해 살든, 매각을 하든 하세월인데 기다리자라고 했다. 그 후로 온갖 규제정책으로 집값은 상승했고, 전세값도 상승했다. 집사람은 속병이 났다. 그때라도 샀으면 지금 몇 억 벌었을텐데, 왜 못 사게 했냐고 푸념을 한다. 게다가 전문직도 신용대출제한을 걸어서 놔서 만약, 지금 서울 소재 아파트 사려면 나도 소위 '영끌', '빚투'해야 한다.


나는 부동산전문가가 아닐 뿐더러 주식투자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 미래예측과 관련한 보고서, 도서들을 많이 읽는다. 세계 여러 경제전문가, 엔지니어, 교수 등의 견해를 편견없이 읽다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추출할 수 있었다. 다만, 아래의 경우만 본다.


1. 초저금리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

2. 인구절벽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3. 전세계가 빚으로 살아가고 있다.


1.

세계가 미국금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이 2023.까지 금리인상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을 함부러 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이 달러의 주인이라는 것, 그것이 기축통화라는 것의 본질적 차이가 있어서 문제이다.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금리가 2배 오르면, 빚에 대한 이자도 2배로 갚아야 한다. 영끌, 빚투의 레버리지는 1/2로 짧아지지 않는다. 복리이기 때문에 더 짧아진다. 현재도 채무자이지만 더 많은 빚을 진 채무자들이 대거 증가하게 된다.


2.

25가지? 26가지? 하도 많은 부동산대책을 쏟아내서 국토교통부 장관 이하 직원들도 무슨 대책이 부동산시장에 작용하고 있는지 기억하지 못 할 것이다. 영끌, 빚투로 아파트를 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자산비교가 상대적 박탈감, 조바심, 강박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후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지금처럼 느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미실현이익은 실제 이익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로 서울로 다시 이사갈 때 아파트를 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집값의 하락과 폭락을 예상하고 있다. 빚이 빚을 만들고 빚 낸 총량보다 아파트를 사서 상승가액이 빚의 총량을 커버하고도 남는 것처럼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만, 몇년 지나면 달라질 것이다.


3.

전세계가 빚으로 빚을 만들고,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1930.대 세계대공황만큼은 아니지만, 총체적 세계적 침체가 올 수 있다. 어느 학자는 '붕괴'라는 표현을 썼다. 소득없이 빚으로만 언제까지 살 수는 없다. 개인, 가계, 국가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상식이다. 빚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빚을 내준 채권자가 반대편에 있다는 말이고, 채권자의 인내심이 영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금융위기를 보면, 단지 우리나라의 문제였기 때문에 IMF의 지원과 자구적 희생으로 위기를 벗어났었고, 서브프라임은 금융분야에 제한적 위기였기 때문에 하자보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 이후가 조기에 와야 하는데, 만약, 더 장기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보건, 무역, 금융 분야를 가릴 것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지구촌이라며 초세계화를 추구했다가 개별 국가의 독립체력에 더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누가 누구를 도와줄 형편이 초세계적이 않게 될테니 말이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등산하다 곰을 만나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곰을 물리쳤다는 영웅담을 짓기 위해 냅다 곰의 가슴팍을 공격할 것인가? 대부분 위기를 만나면 일단 "가만히 있는다", 즉 정지상태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그 다음 예측을 하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낸 내용대로 행동하는 순서를 거친다.


그런데, "동작그만"인 상태에서 관찰, 예측(시뮬레이션)에 의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집사람이 집 사자고 했을 때 샀다면 분명 몇 억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사람은 지체없이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뭐떼고(양도세, 취득세), 뭐떼고'하면 남는 거 별로 없네"라며 매도물량을 줄이는 공급자의 공통적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러면, 가시적으로 몇 억 오른 것이 순수익인가라는 질문이 든다. 여기서 나는 서울에 집사는 것에 대해 우유부단한 'NO'를 한 것이다. 왜냐하면, 집사람이 옳을 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취합한 지식과 정보에 의한 이해가 틀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끌을 하든, 빚투를 하든 선택의 문제이다. 다만, 사견으로는 그렇지 못 했다고 해서 상대적 박탈감과 조바심, 강박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말해 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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